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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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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년고찰 고운사' 사찰림 자연 복원키로···전부 다시 심는 산림청 방식 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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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초대형 산불로 면적의 97% 이상 피해
    고운사·환경단체, 첫 자연복원 시도하기로


    한국일보

    산불로 전소된 누각과 그 뒤로 새롭게 풀이 자라고 있는 고운사 전경. 그린피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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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3월 초대형 산불로 97% 이상 피해를 입은 천년고찰 고운사 환경단체, 생태학자들과 함께 국내 최초로 자연복원에 나섰다.

    고운사와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안동환경운동연합, 불교환경연대, 서울환경연합은 4일 경북 의성군 고운사에서 '고운사 사찰림 자연복원 프로젝트' 브리핑을 열고, 연대체를 구성해 본격적인 생태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인공 조림이 아닌 광범위한 산림 지역에 대한 최초의 자연복원 시도로, 숲 회복에 미치는 야생동물의 영향과 식생 회복 탄력성 평가도 함께 이뤄질 예정이다.

    이들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자연 회복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검증하고, 이를 계기로 국내 산림 관리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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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의성군 단촌면 고운사 가운루가 산불에 모두 타 폐허로 변해 있다. 의성=하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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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지 생태계 조사는 이규송 강릉원주대 생물학과 교수 연구팀한상훈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연구팀이 맡았다. 이 교수팀은 산불 피해 강도 분석, 현존 식생도 작성, 토양 침식 평가 등 식생 회복 탄력성 평가를, 한 소장팀은 카메라 트랩과 초음파 장비를 활용한 중대형 포유류 및 박쥐류 조사 등 야생동물 서식지 조사를 담당한다.

    그간 산림청은 산불로 피해를 입은 나무를 제거한 뒤 새 나무를 식재하는 방식의 인공복원을 반복해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산불에 취약한 침엽수를 심고, 기존 숲을 베어내 산사태 등 추가 피해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제기돼왔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산림 관리의 효율성과 경제성을 과학적으로 검증할 것을 지시하며, 산림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한 바 있다.

    최태영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인공복원으로는 반복되는 기후재난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음이 명확해지고 있다"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자연 회복이 가능할 뿐 아니라 더 효과적임을 검증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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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치원 문화관 인근 고운사 사찰림에서 발견된 너구리. 그린피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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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운사 사찰림 인근 미천변에서 발견된 문둥위 박쥐. 생포해 조사한 뒤 바로 방사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그린피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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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가자들은 고운사 사찰림을 둘러본 뒤, 산불 피해 이후 약 4개월 동안 이미 자연복원의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침엽수는 대부분 소실됐지만 활엽수는 살아남아 빠르게 새순을 틔웠고, 다양한 야생 조류도 숲으로 돌아와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주말 시작한 현장 조사에서는 너구리, 박쥐, 등줄쥐 등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조사의 중간보고서는 오는 9월 중, 최종 보고서는 올해 말에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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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운사 사찰림에 맹아가 자란 모습. 그린피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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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고운사 사찰림은 전체 면적 248.87헥타르(ha) 중 약 97.61%인 242.92ha가 피해를 입었다. 보물로 지정된 '연수전'과 '가운루'도 모두 전소됐다.

    고운사 주지 등운 스님은 "과거의 모습에 집착하기보다, 현재 조건에서 가장 지혜로운 방식으로 숲을 재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제는 자연이 선택하는 새로운 숲의 모습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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