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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이슈 정치권 사퇴와 제명

    이춘석 제명, 강선우 때와 달랐다... 정청래 대표의 '단호한 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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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명하겠다"던 이춘석 3시간 뒤 탈당
    "정 대표의 단호한 대처가 압박 됐을 것"
    "강선우 때처럼 감싸지 않아 다행" 반응
    빨리 찾아온 첫 시험대... "잘 처리" 평가


    한국일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도중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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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일 이춘석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주식 차명거래 의혹이 불거진 이후 자진 탈당·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사임에 걸린 시간은 불과 9시간도 되지 않았다. 이 의원의 '결단'이란 형식을 취했지만 "자의만은 아니었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탈당 발표 3시간 전까지만 해도 이 의원은 주변에 소명을 자신했기 때문이다.

    이 의원이 탈당으로 급선회한 배경에는 정청래 대표의 단호한 대응이 결정적 요인이라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정 대표는 이 의원에 대한 의혹이 불거진 지 2시간 여 만에 당 윤리감찰단에 긴급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그는 '사안이 엄중한 만큼 최대한 공명정대하고 빠르게 조사하라'는 방침을 전했다고 한다. 이 의원의 탈당 선언은 그로부터 6시간 여 만에 나왔다.

    정 대표의 대응을 두고 의외라는 반응도 있다. 10여 일 전만 해도 보좌관 갑질 논란으로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에서 물러난 강선우 의원을 향해 "동지란 비가 오면 함께 맞아 주는 것"이라며 감싸는 모습을 보인 탓이다. 정 대표의 달라진 대응은 '당대표 후보'에서 '당대표'가 된 신분 변화 탓이란 분석이 나온다. 강 의원 논란 당시엔 당원들의 반응이 다소 엇갈린 데 비해 이 의원 논란엔 비판 일색이었다는 점도 신속한 결정을 가능케 했다.

    개혁 동력 꺼질라... "서둘러 조사하라"


    정 대표가 윤리감찰단에 신속한 조사를 지시한 것도 심상찮은 여론 때문이었다. 한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정 대표가 개인적으로는 안타까운 마음이 컸을 것"이라면서도 "대표가 된 만큼 국민 눈높이를 최우선에 두고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

    이 의원이 법사위원장이라는 사실도 결단을 서두른 요인이었다. 정 대표는 지난 2일 선출 직후 "검찰·언론·사법 개혁 등 3대 개혁을 추석 전까지 완수하겠다"고 했다. 법사위는 각종 개혁 입법의 마지막 관문 역할을 하는 상임위이다. 논란이 해소되지 않은 위원장이 앉아 있는 한, 법사위는 법안 처리에 앞서 야당의 '성토의 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개혁을 시작하기도 전에 동력이 꺼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했다는 얘기다.

    "당내 '기강'을 위해서도 단호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란 얘기도 있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자리에 걸맞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일벌백계해야 한다는 게 정 대표의 평소 생각"이라고 전했다. 정 대표는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의원들에게 기강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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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명 주식 거래 의혹을 받는 이춘석 의원이 5일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 관련 필리버스터 종결 동의를 표결하는 투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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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당에도 "제명"... '절연' 의지 분명히


    이 의원은 전날 밤 정 대표에게 전화로 탈당 의사를 전했다고 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의원이 정 대표의 단호한 조처를 '스스로 거취를 결단하라'는 압박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했다. 이 의원 탈당을 두고 '꼬리자르기'란 비판까지 나오자, 정 대표는 이날 이 의원을 아예 제명시키기로 결정하고 절연 의지를 분명히 했다.

    취임 사흘 만에 불거진 '이춘석 사태'로 정 대표는 예상보다 빨리 리더십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당 안팎에선 잘 통과했다는 긍정 평가가 많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강 의원 때처럼 감싸면 어쩌나 싶었는데 다행"이라며 "보통은 자진 탈당으로 끝냈는데, 제명까지 했으니 대표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한 것 같다"고 평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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