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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8 (월)

    이슈 한미연합과 주한미군

    동맹 현대화, 주한미군 감축으로 이어지나... 美 "대북 방어는 한국군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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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한미군 역할, 대중국 견제로 전환 시사
    병력 감축 우려... 전작권 전환 이어질 수도


    한국일보

    엘브리지 콜비 전 미 국방부 전략군사 부차관보. 줌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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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 정책 담당 차관이 '한국군 주도의 대북 방어'를 공개 언급했다. 콜비 차관은 동맹 현대화를 뜻하는 '주한미군 역할 조정' 작업의 선봉장으로 평가된다. 주한미군을 대(對)중국 전선으로 투입하기 위해선 한국군이 대북 방어를 주도해야 한다는 미 측의 '동맹 현대화' 구상을 드러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콜비 차관은 지난달 31일 자신의 엑스(옛 트위터)에 "한국은 북한에 맞선 강력한 방어에서 더 주도적인 역할을 기꺼이 맡으려는 것과 국방 지출 측면에서 계속 롤모델이 된다"고 밝힌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글을 쓴 시점은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 간 첫 통화가 이뤄진 직후였다. 당시 두 장관은 '한미동맹의 호혜적 현대화'를 위한 협의를 지속해 가자고 합의했다. 공교롭게도 콜비 차관이 나서 대북 방어는 한국군이 주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낸 것이다.

    콜비 차관은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방부 전략·전력 개발 담당 부차관보를 지낸 뒤 2기 행정부에서 정책 담당 차관으로 발탁됐다. 이달 안으로 공개될 예정인 미국의 새 국방전략(NDS) 수립을 주도하고 있다.

    그는 최근 해외주둔 미군의 성격 변화를 꾸준히 암시해 왔다. "한미동맹의 목표를 한반도를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5월), "한국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동맹국의 집단 방위를 강화하기 위해 논의 중"(7월) 등의 발언을 통해서다. 정부 관계자는 "대북 억제에 맞춰졌던 주한미군 병력을 인도·태평양 지역, 즉 대만해협 장악을 시도하는 중국을 저지하는 데 투사하겠다는 게 미국의 구상"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르면 그의 언급은 '주한미군을 한반도에만 묶어둘 수 없다'는 입장을 어느 때보다 노골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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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해군 미사일 구축함이 대만해협을 통과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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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한미군 역할 조정에 대한 미 측 구상이 점차 또렷해지며 주한미군 감축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지낸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중국과의 충돌 위험이 커질수록 '한국에 병력을 많이 둘 이유가 있느냐'는 미국 전략가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미국으로선 대만해협 충돌 시 곧장 투입하기 어려운 주한미군 규모를 줄이는 대신 인도·태평양지역 병력을 늘리고 싶을 것이란 뜻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5월 미 국방부 관계자를 인용해 "주한미군 2만8,500명 중 4,500명을 괌 기지 등으로 재배치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했지만, 당시 미 국방부는 공식 부인한 바 있다. 그러나 주한미군 규모가 유지되더라도 대만 유사시 증원 병력으로 동원되는 것은 불가피해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군 역할 조정은 중장기적으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논의로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군이 대북 억제를 주도해야 한다면, 이에 따른 지휘권 조정이 불가피한 탓이다. 김정섭 세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동맹 현대화 논의 연장선에서 전작권 문제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며 "우리가 미국에 달라고 해서 받아내야 할 대상이라기보다 점차 수렴하는 입장이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국이 주도해 전작권을 가져오는 게 아니라, 주한미군 역할 조정의 결과물로 떠안게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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