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비어 유포 혐의로 영암군민 4명 처벌
1938년 10월 7일 일제 광주지법 장흥지청이 작성한 송명심씨 판결문. 송씨는 당시 일본군의 위문 관련 유언비어를 유포했다는 이유로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영암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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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일본군의 위안부 징발 소식을 퍼뜨렸다는 이유로 처벌받은 조선인 사례가 처음으로 판결문을 통해 확인됐다.
전남 영암군은 최근 1938년 일제강점기 일본군 위안부 동원과 관련한 판결문 2건을 확인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자료는 1937년 중일전쟁 발발 이듬해인 1938년 발생한 사건으로, 일본군 위안부 동원과 관련된 소문을 퍼뜨린 혐의로 지역 주민이 처벌받은 사실을 담고 있다. 행정안전부 산하 국가기록원(정부기록보존소)이 소장하고 있던 원본 판결문과 번역본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했다고 군은 전했다.
군이 공개한 판결문을 보면 일제 광주지법 장흥지청은 1938년 10월 7일과 27일 영암 주민 2명씩 총 4명에 대해 '조언비어(유언비어)를 유포해 육군형법을 위반했다'며 집행유예·금고 등을 선고했다. 군은 일제가 일본군 위안부제도를 은폐하기 위해 관련 사실을 알린 주민을 처벌했다는 사실이 판결문을 통해 확인된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10월 7일 판결문을 보면 15세인 딸의 신원을 파악해 간 마을 구장(이장)에게 항의했던 한 어머니가 처벌받았다. 영암군 덕진면에 살았던 송명심씨는 1938년 8월 8일 같은 군 도포면에 거주하던 영막동씨로부터 "일본군의 위문을 위해 12세 이상 40세 이하의 처녀와 과부를 모집해 만주로 보낸다고 한다. 이에 금년 농번기 이후에 결혼하는 사람이 많다"는 말을 들었다.
며칠 뒤 송씨는 구장이 당시 15세였던 자기 딸을 포함해 마을 부녀자 수를 조사한 사실을 알게 됐다. 송씨는 구장에게 찾아가 "부녀자 수를 조사한 게 일본군의 위문 때문이냐"고 물으며 "내 딸은 체구가 왜소해 10세라고 해도 될 정도인데, 왜 명단에 넣었느냐"고 항의했다. 송씨는 이후 영씨와 함께 육군형법 위반으로 체포돼 각각 집행유예 2년과 금고 4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10월 27일 판결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나왔다. 영암군 도포면에 살던 한만옥씨는 "중국에 있는 일본군 위문을 위해 당국이 처녀들을 모집 중이다"라고 같은 마을 이운선씨에게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이씨는 주변 사람에게 "딸을 둔 사람은 빨리 시집 보내라. 당국에서 일본군 위문 처녀를 모집 중이며, 나주 방면에서는 이미 3∼4명의 처녀가 중국으로 보내졌다"며 조심할 것을 당부했다. 이 발언 역시 유언비어 유포로 간주돼 육군형법 위반으로 이씨는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한씨는 금고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처벌을 받았다.
오세운 기자 cloud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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