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9 (화)

    이슈 국방과 무기

    "중국 전투기, 위험천만 기동으로 필리핀 항공기 위협"… 남중국해 갈등 재점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中 남중국해 상공서 필리핀 비행기 가로막아
    중국 해경선이 필리핀 선박 위협한 지 이틀 만


    한국일보

    13일 남중국해 스카버러 암초 상공에서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 소속 전투기가 필리핀 항공기의 비행경로를 가로막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남중국해를 둘러싼 필리핀과 중국 간 영유권 갈등이 공중전으로 번졌다. 양국 선박이 해상 대치한 지 이틀 만에 중국이 위험천만한 비행으로 필리핀 항공기를 위협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양국의 충돌 무대가 바다에서 하늘까지 옮겨간 것이다.

    14일 현지 ABS-CBN 방송 등에 따르면, 필리핀 해안경비대(PCG)는 전날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 소속 전투기가 남중국해 스카버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 상공을 순찰하던 경비대 소속 소형기를 추격했다고 밝혔다.

    제이 타리엘라 PCG 대변인은 “중국 측이 비행경로를 가로막거나, 기체 좌우와 위쪽을 스치듯 붙으며 약 200피트(61m)까지 접근했다”며 “급격한 기동으로 위험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조종석에서는 해상에 있던 중국 해군 함정이 “즉시 떠나라”고 무전을 보내는 소리가 들렸다고 덧붙였다. 당시 기내에는 ABS-CBN을 비롯한 현지 취재진도 타고 있었다. 상황은 약 20분간 이어졌다.

    한국일보

    11일 남중국해 스카버러 암초 인근에서 필리핀 선박을 추격하던 중국 해경선이 또 다른 중국 해군 함정과 충돌하고 있다. 필리핀 해안경비대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번 공중 대치는 남중국해에서의 힘겨루기가 더 이상 해상에만 국한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간 필리핀과 중국은 ‘남중국해가 누구의 바다인가’를 두고 하루가 멀다 하고 바다 위에서 마찰을 빚어왔다. 그러나 상공에서까지 맞부딪친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특히 이번 사건은 남중국해와 대만해협 문제를 두고 최근 양국이 ‘외교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했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은 지난 5일 인도 국빈 방문 당시 “미국과 중국이 대만 문제로 충돌할 경우 (대만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필리핀도 갈등에 휘말릴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중국은 “마르코스가 불장난을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지난 11일에는 중국 해경선이 스카버러 암초에 보급품을 전달하려던 필리핀 선박을 고속으로 추격하다 다른 중국 군함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필리핀 정부는 이를 중국의 ‘보복’으로 규정하며 “중국 해군이 물대포까지 쐈지만 (필리핀 선박은)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국일보

    11일 남중국해 스카버러 암초 인근에서 필리핀 선박을 추격하던 중국 해경선이 또 다른 중국 해군 함정과 충돌하고 있다. 필리핀 해안경비대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국은 이에 맞서 여론전에 나섰다. 14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스카버러 암초 인근에서 필리핀 해경선이 중국 군함에 ‘칼치기’하듯 접근하는 모습이 담긴 충돌 직전 영상을 공개하고 이를 ‘필리핀의 계획적 도발’이라고 주장했다. 또 “2023년 이후 필리핀이 매달 평균 20건 이상의 작전을 벌이며 선제적 도발과 과장, 피해자 행세를 반복하고 있다”면서 “서방 언론은 이를 ‘중국의 위협’으로 보도한다”고 비판했다.

    중국은 남중국해의 약 90%에 관한 영유권을 주장하며 필리핀, 베트남, 대만,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와 갈등을 빚고 있다. 특히 미국의 동맹국인 필리핀이 2022년 마르코스 대통령 집권 이후 전임 로드리고 두테르테 정권의 친중 노선을 뒤집고, 남중국해 영유권을 지키기 위한 법까지 제정하며 양국 간 긴장이 한층 첨예해졌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베이징= 이혜미 특파원 herstory@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