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8차 수석 보좌관 회의에서 머리발언을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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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2015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한·일 합의와 강제동원 피해 제3자 변제안 등 박근혜·윤석열 정부 시절 이뤄진 양국 간 합의를 지키겠다고 밝혔다. 미국발 통상 압박 등 급박한 국제 정세 속에 한·일 양국의 공조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지만, 피해자 모임과 역사단체 등은 “과거 정부의 과오를 되풀이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 대통령은 21일 공개된 일본 요미우리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국가 간 관계에서 신뢰와 정책의 일관성은 매우 중요한 원칙”이라며 “이 원칙을 지켜나가는 동시에 피해자분들과 우리 국민의 더 큰 공감을 얻을 수 있어야 지속적인 동력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박근혜 정부에서 맺은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해당 합의가 국민적 동의를 받지 못했고 피해자분들도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 부분은 명확한 한계”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2015년 합의가 양국 정부 간 공식 합의라는 역대 우리 정부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이를 번복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거듭 과거사 문제에 대해 “사실을 정확하게 직시하고 서로에게 상처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사과는 상대의 다친 마음이 치유될 때까지 진심으로 하는 게 옳다”며 일본 정부의 진정성 어린 사과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한·일 관계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관계로 대전환되기를 바란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잇고 이를 넘어서는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국 국민에 대한 사과와 한·일 양국의 미래지향적 파트너십을 담은 1998년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총리의 합의에 준하는 양국의 합의를 끌어내겠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지지층 반발이 큰 보수 정부의 과거사 합의를 수용하면서까지 양국 공조를 강조한 것은 국제무대에서 두 나라의 협력 필요성이 커진 상황을 반영한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급박하게 돌아가는 국제정세 속에서 한·일이 협력할 공간이 커졌다는 데 대해선 일본 쪽도 진영을 넘어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 대통령 인터뷰도 일본 국민에게 협력을 위한 준비가 돼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역사단체들은 일제히 반발했다. 693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이날 서울 종로구 향린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재명 정부가 할 일은 과거 일본 정부가 저지른 일제 식민 지배와 침략전쟁의 불법성을 명확히 직시하고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 법적 배상을 받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1단계는 핵과 미사일에 대한 동결, 2단계는 축소, 3단계는 비핵화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북핵 문제를 두고 단계적 비핵화 해법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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