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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8 (월)

    이슈 불붙는 OTT 시장

    [현장]'넷플릭스 하청기지' 전락 위기…AI 더빙해 삼성·LG TV 통해 美 공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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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 국제스트리밍 페스티벌'
    더빙·화질 개선 등 신기술 多
    제작 시 AI 활용해 비용 절감
    삼성 등 FAST 타고 해외 진출
    SM 30주년 LA 공연도 '대박'
    정부 "콘텐츠 지원 계속 확대"


    한국일보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이 22일 부산 해운대구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린 '2025 국제 스트리밍 페스티벌' 개막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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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의 한 유튜버가 스마트폰을 리뷰하는 영상이 순식간에 영어·스페인어·말레이시아어·일어 등 4개국 언어의 더빙 버전으로 탈바꿈했다. 인공지능(AI)이 원본 화자의 음색과 톤, 감정 등을 흉내내는 것은 물론 바뀐 언어에 맞게 입 모양까지 바꿔준다.

    22일 부산 해운대구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린 '2025 국제 스트리밍 페스티벌'에서 정상원 이스트소프트 대표가 AI 더빙을 선보이자 참석자들 사이에서 탄성이 나왔다. 이 회사는 자체 개발한 거대언어모델(LLM) '앨런'을 기반으로 AI 더빙 서비스 '페르소닷에이아이(PERSO.ai)'를 개발·운영하고 있다.

    한국일보

    이스트소프트의 AI 더빙 서비스 '페르소닷에이아이'를 통해 AI 더빙을 진행하는 모습. 타깃 언어를 선택하고 Translate 버튼을 누르면 더빙 작업이 시작된다.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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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 대표는 "보통 10시간짜리 콘텐츠를 더빙할 때 4~8주 정도의 시간과 분당 150달러 정도 비용이 들지만 AI 더빙은 10분의 1 수준으로 가능하다"며 "(자본력이 부족한) 중소 콘텐츠 제작사도 손쉽게 콘텐츠를 현지화(로컬라이제이션)할 수 있다"고 했다. 이날 발표 이후 이스트소프트는 중동 최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스타즈플레이(Starzplay)와 AI 더빙 서비스 공급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자막보다 더빙을 선호하는 중동시장 특성상 좋은 성과가 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날부터 나흘 동안 과학기술정보통신부·부산시 주최로 열린 2025 국제 스트리밍 페스티벌은 미디어 분야 AI 기술 전시회를 방불케 했다. 국내 AI 스타트업들은 각자 부스를 마련해 ①저화질 영상을 고화질로 되살리거나 ②한국프로야구(KBO) 경기를 실시간 영어 더빙해 FAST(광고 기반 무료 TV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미국에 송출하는 등 여러 서비스를 보여줬다. FAST는 인터넷과 연결된 스마트TV를 통해 광고를 보는 대신 무료로 각종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는 서비스다. 케이블TV 등 유료 방송이 비싼 미국에서 급성장 중이다. 국내외 주요 OTT와 콘텐츠 제작사들은 행사장에서 이 같은 신기술을 유심히 살펴봤다.

    글로벌 유통 '주권' 확보



    한국일보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이 22일 부산 해운대구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린 '2025 국제 스트리밍 페스티벌' 개막식에 앞서 AI 미디어 기술 기업의 전시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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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초 부산국제영화제(BIFF)와 연계해 열리던 이 행사를 과기부가 올해 처음 단독 행사로 기획한 것은 'K컬처 300조 원' 시대를 기치로 내건 이재명 정부의 구상과 무관치 않다. 현재 국내 콘텐츠 시장에는 드라마·영화 등 제작사들이 막대한 자본력을 등에 업은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의 '생산 하청기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이에 제작 과정에 AI를 접목해 제작비 부담을 덜고 티빙 등 토종 OTT나 삼성전자·LG전자가 전 세계에서 운영 중인 FAST 같은 플랫폼을 길러 자체 글로벌 유통 역량을 확보한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이에 OTT·FAST·AI 기업이 투자를 따내고 해외 진출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장(場)을 마련한 것이다.

    23일부터 이틀 동안 열린 투자 유치 쇼케이스에는 국내 AI 미디어 테크 기업과 콘텐츠 제작사 서른 곳이 국내외 주요 기업과 투자자 앞에서 발표했다. 이후 총 130여 건, 약 2,000억 원 규모의 투자 상담이 진행됐다. 류제명 과기부 2차관은 "콘텐츠는 우리나라가 경쟁력 있고 가장 큰 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분야"라며 "AI 등 국내 기술력이 합쳐지면 세계적으로 승부를 볼 수 있다"고 했다.

    韓 드라마, FAST 타고 북미·중남미 공략



    한국일보

    2024년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4’에서 김용수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부사장이 삼성 TV 플러스를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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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국내 콘텐츠 제작사와 AI 기업, 플랫폼이 손잡고 K콘텐츠를 세계에 독자 유통하려는 시도는 시작됐다. 4월 출범한 'K-FAST 얼라이언스'가 대표적. 현재 AI 더빙 전문 스타트업 허드슨AI는 정부 지원으로 '호텔 델루나' 등 CJ ENM 드라마 시리즈 16개를 영어·스페인어로 더빙 중이다. 이 작품들은 11월 삼성전자·LG전자 FAST를 통해 북미·중남미에 보내질 예정이다. 신현진 허드슨AI 대표는 "벌크 더빙을 통해 해외로 송출할 수 있는 건 스타트업으로서는 굉장한 기회"라고 했다.

    K팝 협업도 진행되고 있다. SM 엔터테인먼트는 올해 FAST '삼성 TV플러스'에 엔터 기업 중 처음으로 채널을 론칭하고 창립 30주년 기념 미국 LA 콘서트를 생중계했다. 이예지 SM엔터 이사는 "생중계 시청자 91만 명, 누적 시청자 1,000만 명을 넘었다"며 "유튜브, 틱톡 등으로 한계가 있던 미주·남미 시장에 보다 가깝게 다가갈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정부는 콘텐츠 및 기술 기업에 투자하는 7,000억 원 규모(목표)의 'K-콘텐츠·미디어 전략펀드'를 만드는 지원을 계속 늘린다. 또 티빙·웨이브 등 OTT 콘텐츠 제작비에 대한 세액 공제 혜택을 3~10%에서 20~30%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낸 상태다.

    부산=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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