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9 (화)

    이슈 드론으로 바라보는 세상

    드론 공격·요인 암살하는 AI 지휘관 [스페셜리포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경이코노미

    이스라엘은 이란 공습에 AI와 드론을 적극 활용했다. 고위 관료와 핵심 인물의 거주지를 파악한 뒤 ‘핀셋 공습’을 성공했다. 하마스와의 분쟁부터 AI 기술력을 높여온 이스라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6월 1일 깊은 밤, 러시아 전역에 흩어진 군용 비행장 5곳에서 일제히 불길이 치솟았다. 갑작스러운 폭음과 불꽃에 러시아군이 당황하던 것도 찰나, 갑자기 나타난 자폭 드론이 비행기와 러시아군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드론은 러시아 군용기의 취약한 부위를 정확하게 타격하는 동시에, 도망치는 병사 뒤를 덮쳤다. Tu-95, Tu-22M 등 러시아가 자랑하는 장거리 폭격기가 속수무책으로 파괴됐다. 때아닌 심야 공습에 러시아는 공군 전력의 20%를 잃었다.

    이날 공습은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이 주도한 ‘거미줄 작전’의 일환이었다. SBU는 117대 자폭 드론을 러시아 영내에 밀반입, 지정된 공군기지 근처까지 몰래 옮긴 뒤, 원격으로 드론을 조종했다. 100대가 넘는 드론을 수천㎞ 떨어진 우크라이나 땅에서 정확하게 조정하기 위해 SBU는 AI를 활용했다. SBU는 공습 1년 전, 인공지능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한 자폭 드론용 소프트웨어를 제작했다. 자국 박물관에 전시된 러시아 폭격기의 고화질 사진을 소프트웨어에 학습시켰다. 드론에 탑재된 AI 센서는 이를 통해 러시아 폭격기 형태와 취약점을 스스로 익혔다. SBU가 지정한 시간에 맞춰 작동을 시작한 드론은 곧장 러시아 공군기지로 이동, 자동으로 러시아 군용기의 취약한 부분을 식별, 알아서 공격을 감행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소수 인원만으로 러시아 공군기지 5곳과 각종 전략 자산을 손쉽게 파괴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AI를 활용한 대규모 드론 작전이 전장 판도를 바꾼 사례”라고 분석했다.

    # 6월 13일, 이스라엘이 이란 공습을 선언한 뒤, 이란 수도 테헤란 일부 지역에서 폭발음과 함께 연기가 치솟았다. 화재가 난 건물 모두 이란 혁명수비대 최고위급 장군들 숙소였다. 이윽고 이란 핵 개발을 이끌던 물리학자 숙소도 화염에 휩싸였다. 전쟁을 시작한 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이란의 핵심 요인이 모두 사망했다. 하룻밤 새 벌어진 ‘암살 공습’은 이스라엘 군과 정보기관 ‘모사드’의 합작물이었다.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하면서 고위 지휘관과 주요 요인을 정밀하게 암살할 수 있었던 것은 AI 능력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 군과 정보당국은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출신 개발자를 섭외해 만든 AI 시스템 ‘라벤더’를 전쟁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라벤더’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하마스를 타격할 때부터 정확한 공습을 돕는 ‘참모’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라벤더는 위성사진과 감청자료 등 데이터를 활용해 표적을 찾아낸다. 이후 사진을 분석해 목표물이 맞는지 분석한다. 목표물이 맞다고 판단하면 드론을 조종해 공격을 퍼붓는다. 사람이 직접 드론을 조종할 때보다 명중률이 높다고. 라벤더는 표적 리스트를 만드는 인력과 시간을 단축하는 데도 효과가 상당해 이스라엘 군 전력을 끌어올린 ‘1등 공신’으로 추앙받는다.

    “강철(Steel)에서 반도체(Silicon)로.” 세계적인 기술 전략 컨설팅사 ‘액센추어’가 최근 발표한 방위 산업 분석 보고서 제목이다. 방위 산업 중심축이 재래식 무기 제작사에서 전장용 AI를 만드는 소프트웨어 회사로 옮겨가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다.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방위 산업 경쟁력은 전차의 장갑 두께, 전투기 최대 속도, 레이더 탐지 범위 같은 무기 자체 성능이 좌우했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을 거치며 전장 양상이 급변했다. AI가 탑재된 무인 무기 체계가 전쟁터를 가로지르며 압도적인 성과를 기록했다. 전쟁 승패를 가르는 무게추는 강철 덩어리가 아니라, 데이터를 읽고 판단하는 AI 체계로 옮겨간 지 오래다.

    실제로 방산 AI 시장은 빠른 성장세를 보인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프레지던스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항공우주·방산 AI 시장 규모는 2024년 33조59억원이다. 2025년 36조3000억원, 2034년에는 약 85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23호 (2025.08.20~08.26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