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성적이 떨어진 친구가 ‘현타가 왔다’며 ‘내가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을까’라며 걱정이 많은 거야. 그래서 내가 ‘넌 잘해왔으니까 앞으로도 잘할 거야. 설사 좋은 대학에 못 가더라도 우리 인생이 망하는 것은 아니야’라고 말해줬어.”
고등학교 2학년 딸이 말을 건넵니다. 저는 “우리 딸 멋지다. 어떻게 그걸 알았어? 고등학교 땐 대학이 인생의 전부 같지만, 그 시기만 지나면 그게 아니란 걸 알게 될 거야. 더 중요한 건, 네 인생을 네가 어떻게 가꿔나가냐야”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2학년 두 아이를 키우면서, 늘 안쓰러움을 느낍니다. 학교가 배움의 즐거움과 우정, 다채로운 경험의 장이 되길 바라지만, 현실은 입시 위주로만 돌아갑니다. 이번주 .txt 출판면에 소개한 ‘멈추지 못하는 학교’라는 책에서도 이런 한국 사회를 ‘입시가속체제’로 진단합니다. 입시가 단순한 제도를 넘어 사회 전체의 시간과 리듬을 규정하는 공고한 질서가 되었다는 지적에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체제 속에서 아이들에게 여전히 ‘앎의 기쁨’을 전하려 분투하는 교사들이 있습니다. 이번주 신간 ‘질풍독서로 성장하다’의 저자 박영희 교사는 교실을 이동할 때마다 커다란 여행용 트렁크에 책을 가득 담아 끌고 다닙니다. “책을 왜 읽어야 하냐”던 아이들이 “책이 원래 이렇게 재미있었어요?”라며 눈을 빛내는 순간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입시가속체제에 짓눌린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배움의 즐거움을 지켜내려는 교사도 있고, 친구에게 “대학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고 말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희망은 어쩌면 그 작은 목소리 속에 있는 것이 아닐까요?
양선아 텍스트팀장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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