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리 파루비 전 우크라이나 의회 의장이 2019년 7월21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열린 총선에서 투표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발언하고 있는 모습.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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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독립을 위한 투쟁에 기여한 주요 정치인이 우크라이나 도심에서 피살됐다. 러시아의 전방위 공습이 이어지는 가운데 발생한 이번 사건은 우크라이나 내 큰 충격을 주고 있다.
30일(현지시각) 로이터·에이피(AP)통신 및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의회 의장을 지낸 안드리 파루비(54) 전 우크라이나 의회 의장이 이날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르비우 도심에서 피살됐다. 현재까지 누구의 소행인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자유유럽방송(RFE/RL)에 따르면 현지 경찰은 총격범이 파루비 전 의장에게 다가가 여러 발의 총격을 가한 뒤 자전거를 타고 도주했다고 밝혔다. 사건 현장에서는 탄피 8개가 발견됐다. 당국은 즉각 수사를 시작했지만, 이번 피살이 러시아 전쟁과 직접 연관됐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파루비 전 의장은 유럽연합(EU)과 관계 강화를 지지한 인물로, 우크라이나에서 친러시아 정권의 붕괴를 불러온 2004년 ‘오렌지 혁명’과 2013∼2014년 ‘유로마이단 시위’에 참여하는 등 우크라이나 주권과 독립을 위한 투쟁에 여러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유로마이단 시위는 우크라이나가 유럽연합과의 통합과 민주주의를 요구하며 권위주의 정권에 맞선 대규모 민중 봉기이자 오늘날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이어진 역사적 분기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우크라이나 내에서는 애도와 분노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에 내무장관과 검찰총장에게 파루비 전 의장의 피살 소식을 보고받았다면서 “끔찍한 살인”이라고 규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율리야 스비리덴코 우크라이나 총리는 이 살인 사건에 대한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며 이 사건이 국가에 “심각한 손실”이라고 지적했다.
이리나 게라셴코 우크라이나 국회의원은 파루비 전 의장의 죽음을 “테러리즘” 때문이라고 말하며 “파루비 전 의장은 원칙을 중시했고 품위 있는 사람이었다. 애국심이 강하고 지적인 동료이자 친구, 믿음직한 동지”라고 애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전 대통령은 텔레그램을 통해 “(파루비 전 의장이) 리비우에서 괴물들에게 총에 맞아 죽었다”며 “확실한 건 괴물들이 두려워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진정한 애국자와 강인한 사람들을 죽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파루비 전 의장의 피살을 “우크라이나의 심장에 발사된 총격”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이어지는 가운데 30일(현지시각) 자포리자에서 공습을 받은 주거 건물 옆에서 현지 주민들이 서로 끌어안고 있는 모습.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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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방위적인 공습은 끊이지 않고 있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이날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은 러시아 국방부가 공개한 연설에서 “군이 거의 전체 전선을 따라 쉼 없이 공세를 계속하고 있다”며 “현재 전략적 주도권은 전적으로 러시아군에 있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군이 올해 3월 이후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지역에서 3500㎢ 이상의 영토와 149개 마을을 장악했다고 밝혔다.
전날인 29일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자포리자를 포함한 중부와 남부 도시에서 밤새 대규모 공격에 나섰다. 이날 마을은 쑥대밭이 되고 1명이 사망하고 최소 24명이 다치는 등 인명피해도 발생했다. 이반 페도로프 주지사는 자포리자 공격으로 2만5천명의 주민이 정전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가디언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500대가 넘는 드론과 45대의 미사일이 사용된 이번 공격으로 14개 지역에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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