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안 당국도 맞서기 힘든 수준
멕시코 미초아칸주의 한 버려진 집에 ‘할리스코 신세대 카르텔(CJNG)'이라고 적혀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전쟁터에서 군대가 사용하는 무기가 아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런 무기를 보유한 일부 멕시코 마약 카르텔(조직)의 ‘군사력’이 군대에 버금가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고 지난 1일 보도했다. 경찰을 비롯한 치안 당국이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을 뛰어넘으면서 주민들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과거에는 권총이나 자동소총 정도의 무기가 전부였지만 최근에는 전선(戰線)이 확대되면서 점점 강력한 무기가 등장하고 있다. 멕시코 카르텔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마약 단속에 맞서고, 카르텔 소탕 압박을 받는 멕시코 정부에 대응하는 한편 다른 카르텔과 영역 다툼도 벌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재료로 만든 사제 폭발물, 가스통을 개조해 만든 박격포 등을 동원하고 있다. 드론에서 투하할 수 있도록 수류탄을 개조하거나, 드론에 살충제를 비롯한 독극물을 탑재해 화학 무기처럼 활용하는 사례도 있다.
최근 미초아칸주(州) 엘 과야보 마을에서는 드론이 투하한 폭탄으로 주택 지붕에 구멍이 뚫리고, 땅에는 지뢰 폭발로 구덩이가 파였다. 지역 인권 단체에 따르면 최근 2년간 2000명 넘는 주민이 미초아칸을 떠났고, 지난 5개월 동안 14세 학생을 포함해 최소 10명이 이 지역에서 폭발물 등에 목숨을 잃었다. 마약 원료 작물 경작지와 유통 경로가 밀집한 미초아칸주 일대는 가장 강력하게 무장한 것으로 추정되는 ‘할리스코 신세대 카르텔(CJNG)’이 여러 경쟁 카르텔과 ‘전쟁’을 치르는 곳이다.
멕시코 치안 당국은 절대적 열세에 놓여 있다. 알프레도 오르테가 전 미초아칸주 보안국장은 2023년 18명으로 구성된 폭발물 전담팀을 꾸려 대응에 나섰지만, 막강한 무기로 공격해오는 카르텔을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NYT에 “카르텔들의 무기 자원은 무한한 반면 우리는 그렇지 못했다”고 말했다.
카르텔의 ‘군대화’는 2000년대 중반 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군 출신 조직원이 결성한 ‘로스 제타스’ 카르텔이 군의 야전 교범을 카르텔에 도입하면서 통신을 암호화하고 중화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라이벌 카르텔들도 화력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더 강력한 무기를 투입하는 ‘군비 경쟁’에 나섰다. 2015년에는 할리스코주의 한 카르텔 조직원이 RPG로 군 헬리콥터를 격추해 군인 6명이 숨졌다. 이는 멕시코에서 범죄 조직이 군용기를 파괴한 첫 사례로 거론된다.
2022년 멕시코군 정보 당국은 카르텔들이 상시적으로 드론과 급조 폭발물(IED) 등을 운용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멕시코군 자문 이력이 있는 안보 분석가 알렉세이 차베스는 NYT에 “(카르텔들이) 군대에 준하는 전술과 화력을 보유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며 “이는 전쟁의 새로운 국면”이라고 지적했다.
[박강현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