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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7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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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교 지도자 변신' 어맨다 사이프리드 "100% 마음 움직여야 역할 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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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현지 인터뷰
    셰이커교 창시자 앤 리 연기로 경쟁 부문
    “순수하고 아름다운 지도자 표현하려 해”
    “다음엔 말도 안 되는 코미디 하고 싶어”


    한국일보

    미국 배우 어맨다 사이프리드가 1일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린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더 테스트먼트 오브 앤 리' 레드카펫 행사에서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베니스=UPI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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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변이었다. 질문에 막힘이 없었고, 영화와 자신의 역할에 대해 길고 진지하게 풀어냈다. 2일 오후(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니스(베네치아) 리도섬의 한 호텔에서 만난 어맨다 사이프리드(40)는 유쾌하면서도 진중했다. 그는 영화 ‘더 테스트먼트 오브 앤 리’로 베니스를 찾았다. 영화는 지난달 27일 개막한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더 테스트먼트 오브 앤 리’는 셰이커교의 창시자 앤 리(1736~1784)를 스크린 중심에 세운 영화다. 18세기 중반, 주변의 핍박을 견디며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앤 리의 여정을 130분 동안 따라간다. 역경을 이겨내며 공동체의 기둥이 되려고 했던 앤 리의 삶이 사이프리드를 통해 스크린에 각인된다. 사이프리드의 ‘인생 연기’라 해도 과하지 않다.

    셰이커교는 공동체 생활을 하며 음식과 옷, 가구 등을 자체 생산해 쓰고 열정적인 춤과 노래로 예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셰이커(Shaker)’는 예배 중 몸을 격렬하게 흔드는 모습에서 유래한 명칭이다. 영화 속에서도 노래와 춤 장면이 종종 등장한다. 사이프리드는 “각본을 처음 읽었을 때 ‘이 장면들이 과연 어떻게 가능할까’ 의문이 들었다”고 했다. “셰이커교도의 찬송가를 직접 들은 적이 없었고, 함께 춤추며 몸을 흔드는 장면이 머릿속에 잘 그려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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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맨다 사이프리드는 '더 테스트먼트 오브 앤 리'에서 셰이커교 창시자 앤 리를 연기했다. 베니스국제영화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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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상 촬영에 들어간 후에는 황홀경에 이른 경우가 적지 않았다. 사이프리드는 “촬영 첫 주 어느 날 집 안에서 배우 수십 명이 춤추며 노래하는 장면을 찍는데 무척 덥고 피곤한 상황이었다”며 “촬영 후 누군가 음악을 다시 틀었는데 스태프와 배우 모두가 일어나 춤을 자유롭게 추며 즐거워했다”고 돌아봤다. 사이프리드는 “음악과 춤이 주는 에너지는 우리 안에 무언가를 불러일으켜 사람들을 더 가까이 다가가게 해주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이프리드는 앤 리를 연기하기 위해 신체 노출을 여러 차례 감수했다. 네 차례의 사산 장면과 성적 학대를 받는 모습 등을 촬영하기 위해서였다. 사이프리드는 “출산 장면은 읽기에도, 연기하기에도, 보기에도 쉽지 않았지만, 그 자체가 진실”이라며 “시대가 달라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아이를 잃는 고통을 겪고 있고, 이를 영화에서 존중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앤 리의 삶에서 중요한 대목이기에 신체 노출은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다는 거다. 그는 “앤 리를 세상이 필요로 하는 방식으로, 또 우리가 필요로 하는 방식으로 제대로 표현하지 못할까 봐 가장 두려웠다”고 밝혔다. 사이프리드는 “앤 리는 매우 순수하고 아름다운 의도로 사람을 이끈 특별한 지도자였다”며 “특히 (18세기 영국인) 억양, 발음, 노래, 춤까지 모두 설득력 있게 해낼 수 있을지 걱정했다”고 덧붙였다.

    사이프리드는 ‘더 테스트먼트 오브 앤 리’를 포함해 스릴러 영화 ‘하녀’와 ‘윌슨 쉐드의 삶과 죽음들’ 등 1년 사이 영화 3편에 출연했다. 그는 “나는 100% 마음이 움직여야 역할을 맡는다”며 “지난 1년은 내게 행운의 시간”이라고 했다. 시대극과 스릴러에만 잇달아 출연하며 바쁜 일상을 보내서일까. 사이프리드는 “집에 빨리 돌아가 아이들(딸과 아들)을 보고 싶다”며 “다음에는 말도 안 되게 웃기는 코미디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베니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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