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사건 동석자들 직무 정지·사퇴
사실상 조국 '1인 정당' 한계 드러내
김선민 조국혁신당 대표 권한대행과 서왕진 원내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가진 긴급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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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혁신당 지도부가 7일 성 비위 사건 책임을 지고 총사퇴했다. 피해자인 강미정 대변인의 탈당 선언으로 사태가 공론화한 지 사흘만에 여론의 비판이 감당이 안되자 떠밀리듯 물러난 것이다. 주요 사건이 일어난 지 9개월, 피해자들이 공식 문제 제기한 시기만 따져도 5개월 만의 늑장 조치다. 당의 최대 주주인 조국 혁신정책연구원장만 바라보며, '조국 지키기'에 올인했던 당권파가 사태를 묵인한 것이 오히려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검찰 등 사회 개혁을 자처해 온 진보정당의 민낯을 드러냄과 동시에 급조된 1인 정당의 한계만 노출했다는 비판도 비등하다. '조국 사면'을 계기로 제2의 도약을 노리던 혁신당이 창당 최대 위기를 맞았다.
여론 심상치 않자 지도부 총사퇴
혁신당은 이날 납작 엎드렸다. 강 대변인이 4일 성 비위 사건 관련 당의 미온적 대응을 폭로했을 때만 해도 공식 유감 표명조차 입에 올리지 않은 것과 180도 달라진 태도다. 김선민 대표 권한대행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관용 없는 처벌과 온전한 피해 회복을 위해 저와 최고위원 전원은 물러난다"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지도부와 조 원장의 뒤늦은 사과에도 주말 사이 혁신당 일부 인사들의 2차 가해 논란이 커지자 여론 수습을 위해 결단한 것이다. 김 대행은 "법적인 절차를 뛰어넘어 마음의 상처까지 보듬지 못했고, 더 과감한 조치를 하지 못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에 앞서 조 원장의 최측근이자 당권파 실세로 알려진 황현선 사무총장이 먼저 자진사퇴했고, '성희롱은 범죄는 아니다'라며 2차 가해 논란을 빚은 이규원 사무부총장의 사의도 수용됐다. 이 사무부총장은 조 원장 대법원 선고일인 지난해 12월 노래방에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 당시에도 동석한 인물로 전해졌다.
"조국 향한 화살 내게로" 조국 옹호 이어져
황현선 조국혁신당 사무총장이 7일 서울 여의도 소통관에서 열린 ‘당내 성 비위 사건’ 논란 관련 사퇴 기자회견을 마치고 취재진을 뒤로 한 채 밖으로 나서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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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선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다수다. 국회 의석 수 12개를 차지한 공당에서 성폭력 사건이 불거진 것도 충격적이지만, 수개월간 제대로 된 대처에 나서지 못한 것 자체가 이미 정상적상황이라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조 원장 없이는 어떤 것도 돌아가지 않는 1인 정당의 구조적 한계가 결정적이었다는 지적이다.
실제 일부 당권파들은 사태 해결보다는, 조 원장에게 불똥이 튈까 '조국 지키기'에만 급급했다. 피해자들이 문제 제기하는 노래방 사건의 경우 조 원장이 대표 시절이었단 점에서 '조국 책임론'으로 번질까 우려한 것이다. 때문에 당권파들은 쉬쉬했고, 특별 사면 이후에는 조 원장이 수감 중이라 당무에 관여할 수 없다는 해명으로 빠져나갔다. 이날 황 사무총장이 자진사퇴하며 "화살을 제게 돌려달라"며 조 원장에게 사과를 한 것 역시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는 대목이다.
이번 사태로 "민주당보다 더 왼쪽"을 표방하며 검찰개혁엔 강경한 목소리를 내면서도, 정작 권력형 성폭력 사건에는 눈감는 진보 정당의 민낯도 확인됐다는 평가다. 조 원장은 정치 일선 복귀 이후 "사회 불평등의 벽을 깨는 망치질을 해야 한다. 저도 망치선의 선원이 돼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지만 강 대변인의 폭로 이후에도 즉각 사과에 나서지 않아 논란을 키웠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안희정 전 충남지사 등 진보 진영 내 성폭력 사건이 잊을 만하면 반복되지만 피해자 보호 없이 책임 회피와 변명으로 일관하는 태도 역시 닮아있다는 지적이다.
최강욱 자진사퇴에 국힘 "정청래 책임져라"
조국 혁신정책연구원장이 4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를 방문, 총무원장 진우스님을 예방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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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당은 조만간 당무위원회를 개최해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논의할 예정이다. 비대위 체제로 당무감사를 진행하고 사태를 수습해야 하는 상황에서 조 원장이 비대위원장을 맡아 정면돌파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에 조 원장은 강 대변인과 만남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한 유튜브에서도 "(석방 이후) 잡힌 일정을 마치면 연락드리고 뵈어야겠다고 그분의 대리인과 소통했는데, 만남이 있기 전에 이런 일이 있어 안타깝다"고 사태 수습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서둘러 손절에 나섰다. 성 비위 사건을 문제 제기한 인사들을 향해 "사소한 문제로 치고받는다"고 발언한 최강욱 민주당 교육연수원장은 이날 "자숙하겠다"며 물러났다. 정청래 대표가 4일 윤리감찰단에 진상조사를 지시해 하루 만에 대면조사가 이뤄졌고 조만간 징계 수준이 결정될 예정이었지만 선제적으로 거취 정리에 나선 것이다. 자진사퇴 형식이었지만, 사실상 지도부의 경질 조치라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국민의힘은 최 원장을 향해 "정계를 은퇴해야 한다"면서 "당의 교육을 담당하는 자리에 이런 인물을 세우고 방치한 정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비판하며 대여 공세를 이어갔다.
김소희 기자 kims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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