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주 韓공장 광란의 이민 단속
美 살찌우는 동맹국의 손 깨문 격
현지 인력 확보·고숙련 훈련 부담
대미투자 결정 새로운 위험 균형
TSMC도 美공장 구축 혼선 치러
美 투자매력 진지하게 고민해야
美 살찌우는 동맹국의 손 깨문 격
현지 인력 확보·고숙련 훈련 부담
대미투자 결정 새로운 위험 균형
TSMC도 美공장 구축 혼선 치러
美 투자매력 진지하게 고민해야
지난 7일(현지시간)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기에 앞서 언론과 질의응답에서 조지아주 한국 기업 공장 단속 사건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
‘나를 돕는 이를 해하면 안 된다(Don’t bite the hand that feeds you).‘
최근 미국 조지아주에서 벌어진 광란의 이민 단속을 오랜 영어 속담 한 줄이 압축 설명해준다. 현지에 대형 공장을 지어 투자와 일자리를 살찌우는 외국 기업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이민 단속 작전을 벌였다. 먹이를 주는 이로운 상대의 손을 깨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뒤늦게 “단속 이후 상황을 살펴보겠다”고 유화적으로 말했지만 그의 입을 쉽게 믿을 수 없는 노릇이다.
도와줘도 서운할 판에 트럼프는 “우리 국민을 훈련해서 (스스로) 직접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조선, 반도체, 배터리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이 미국 근로자를 잘 훈련시켜야 한다고 압박한다.
기업들은 이처럼 급격히 바뀐 대미 투자의 위험 균형을 살펴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 출발은 방 안의 코끼리로 방치한 미국과 ‘속도’ 편차를 인정하는 일이다.
우리 기업들은 대미 투자를 계획하면서 빠르고 저렴하게 작동하는 ‘한국의 속도’를 상정한다. 반면 미국 노동 시장은 공급의 양과 질 모두 느리고 비싸다.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이민 단속 당국이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벌인 불법체류·고용 단속 당시 현장 상황. <이미지=ICE 영상 캡처> |
지난 7월 미국 최대 소셜 커뮤니티인 ‘레딧’에선 대만 TSMC의 ‘애리조나 신공장’ 경험담이 화제가 됐다.
이곳에서 일한 미국인 엔지니어는 “기술적 어려움, 가파른 학습곡선 등으로 근로자 교육은 헛수고가 됐다”고 토로했다. TSMC는 이해도가 낮은 현지 근로자를 상대로 대만식 이해의 속도를 몰아붙였다.
그는 TSMC가 “웨이퍼 수율은 최고지만, 인간에 대한 수율은 최악이었다”고 말한다. 관세 역풍을 피해 미국에 투자하는 한국 기업이 미국 인력을 고숙련 인재로 전환하는 작업은 관세보다 어려운 몸통의 위험이 될 수 있다.
조지아주 공장 급습 사태는 새롭게 바뀌는 위험 균형의 신호탄일 것이다.
이 불확실성을 얕본 대만의 세계적 반도체 회사는 작년 애리조나에서 큰 시행착오와 비용을 치렀다.
미국 기업 애플조차 포기한 난제를 과연 한국 기업들이 제대로 풀 수 있을지 걱정이다.
미국에 투자한다는 건 과거만큼 매력적이지 않다.
[이재철 글로벌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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