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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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9월 미국 원정 2연전에서 모두 득점포를 가동한 '캡틴' 손흥민(로스앤젤레스FC) 활용법을 다양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선발 출전만 고집하지 않겠다는 의미인데 많은 고민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10일(한국시간)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의 지오디스파크에서 열린 멕시코와의 친선경기를 2-2 무승부로 마쳤다. 전반 0-1로 뒤지다가 후반 시작과 동시에 투입된 손흥민이 선제골을 넣은 뒤 오현규(헹크)가 역전골을 넣었으나, 후반 추가시간 2분여를 버티지 못하고 실점하며 비겼다. 지난 7일 미국전에선 손흥민과 이동경(김천 상무)의 득점으로 2-0 승리했다.

홍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앞으로도 손흥민은 선발이든 선발이 아니든 우리 팀에서 가장 좋은 시점에 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전과 달리 멕시코전에서는 손흥민이 약간 다른 포지션에 섰는데, 두 경기 연속 득점했다"며 "손흥민은 이전에도 그랬지만 우리 팀에서 해결사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선수"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이 부분은 손흥민 본인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손흥민이 이번 2연전에서 굉장히 좋은 활약을 했다. 손흥민이 첫 경기는 60분 이상 해줬고, 오늘도 45분 동안 충분히 자기 역할을 해줬다"고 강조했다.

손흥민이 10일(한국시간)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의 지오디스 파크에서 열린 멕시코와의 친선경기를 마친 뒤 그라운드를 돌며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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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감독은 지난 7일 미국전에서 손흥민을 최전방 공격수로 활용했고, 멕시코전에선 왼쪽 윙어로 기용했다. 미국전은 선발 출전, 멕시코전선 후반 교체 투입됐다. 홍 감독은 상황에 따라 손흥민의 출전 시간을 유동성 있게 조정하겠다는 의미지만 우려도 나온다. 멕시코전에서 보인 오현규와 배준호(버밍엄시티),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조합이 공격에 활로를 찾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날 한국은 멕시코의 슈팅 횟수(17회)에 못 미치는 총 8회의 슈팅을 때렸다. 이마저도 손흥민이 후반에 때린 게 3회다.

손흥민을 후반 조커로 쓴다면 전반을 풀어주는 전술이나 선수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대표팀에는 손흥민을 대체할 만한 '해결사'는 보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쉽게 갈 수 있는 길을 어렵게 돌아간다는 우려를 살만하다. 손흥민의 존재만으로 상대 수비를 교란시킨다는 강점이 있기에 무엇이 적절한지는 심사숙고해 봐야 한다.

또한 홍 감독은 멕시코전에서 승리를 앞뒀다가 종료 직전 실점하며 비긴 것에 아쉬워했다. 그는 "오늘은 굉장히 아쉽기도 하고 우리 팀에 많은 걸 경험하고 배울 수 있게 해준 경기"라며 "가장 아쉬운 건 마지막 실점이다. 세계 무대에서는 심판이 마지막 휘슬을 불 때까지 더 집중해야 하는데, 결과적으로 마지막에 상대에게 득점 기회를 준 부분이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10일(한국시간)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의 지오디스파크에서 열린 멕시코와의 친선경기가 끝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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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전반 선취골을 내주며 흔들린 상황에 대해 "전반전에 어린 선수들이 긴장했던 것 같다. 실수로 우리 플레이가 끊기는 경우가 좀 나왔다"며 "조금 더 경기하니 익숙해지고 괜찮아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우리 선수들에게 다른 특별한 부분은 아쉬운 건 없다"며 "우리가 볼을 가질 때도 있었고 반대로 상대가 볼을 가져가는 경우도 있었는데, 전체적으로 수비 조직 등에 대해서는 우리가 준비한 대로 잘 나타났던 경기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습도 필요하고 성장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현규가 10일(한국시간)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의 지오디스파크에서 열린 멕시코와 친선경기에서 후반 역전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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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독일 분데스리가 슈투트가르트 이적이 무산된 오현규의 활약도 눈에 띄었다. 오현규는 대표팀 합류 직전 슈투트가르트 메디컬 테스트를 받으며 이적을 코앞에 둔 듯했다. 그러나 양쪽 구단 간 이적료 협상 등에 문제가 생겨 이적이 무산됐다. 독일 매체들은 슈투트가르트가 오현규의 과거 무릎 십자인대 부상 탓에 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오현규는 이날 역전골을 넣은 뒤 무릎을 가리키며 아무 이상 없다는 듯 '무릎 세리머니'를 선보이기도 했다.

홍 감독은 "오현규가 아무래도 실망감이 큰 상태에서 팀에 합류했고, 회복하기 어려웠을 텐데 본인이 아주 성숙하게 이겨내서 오늘 득점도 했다"고 칭찬했다. 이어 "이적은 불발됐지만 오현규의 지금 상태를 정확하게 보여주는 경기였다"고 짚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