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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김정관 산업장관, 꽉 막힌 관세 협상의 혈 뚫나...일정 취소 뒤 급히 미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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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출장 일정 취소... 갑작스러운 방미 결정
    교착 빠진 대미 금융 패키지 협상 위해 떠난 듯
    비자 문제 개선도 요구할 것으로 보여


    한국일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 출석한 김정관(오른쪽)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현안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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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1일 긴급하게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3,500억 달러 규모의 대(對)미 투자 약속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양측의 의견 차이가 큰 것으로 알려졌는데 실무진 간 논의에서 그 틈이 좁혀지지 않자 고위급 회담을 통해 이를 뚫어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산업부에 따르면 김 장관은 이날 오전 10시 관세 협상 후속 협의를 위해 미국 뉴욕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김 장관이 미국을 찾는 건 8월 29일 한미 정상회담 관련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지 꼭 2주 만이다. 예정돼 있던 국내 일정까지 몽땅 취소하고 급히 떠났다. 당초 그는 11, 12일 울산·경주·포항을 두루 방문할 계획이었는데 이를 전날 취소했다.

    교착 상태에 빠진 금융 패키지



    한국일보

    8월 26일 미국 필라델피아의 한화 필리조선소에서 열린 '스테이트 오브 메인'호 명명식에서 관계자들이 마스가 모자를 쓰고 있다. 필라델피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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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장관이 다급하게 미국으로 향한 건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금융패키지 구체화 문제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은 미국 조선 분야 1,500억 달러, 반도체 등 전략 산업에 2,0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때 우리 측은 직접 투자 규모는 5% 정도로 한정하고 나머지는 보증·대출 등으로 채우길 바라는 반면 미국은 자신들이 지정한 분야에 지분 투자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일본과의 협상에서 비슷한 결과를 실제 이끌어내기도 했다. 미일 합의 행정명령에는 일본이 미국에 5,500억 달러 투자를 한다고 밝히면서 "이 투자는 미국 정부가 선정한다"고 적혀있다.

    우리 측은 일본식 합의는 무리라고 보고 있다. 김 장관은 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일본의 (합의) 내용을 보면 우리가 보기에 이렇게까지 해서 협상을 해야 됐는가 하는 점도 들어있다"며 "어떤 방식이 국익에 맞는지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익 배분 방식이나 투자 결정 주도권도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실무선에서 이어지던 논의에 바통을 넘겨받은 김 장관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을 만나 교착 상태를 푸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실무진도 일부만 미국에 남고 박정성 무역투자실장은 귀국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에 무언가 합의를 이루기보다는 고위급에서 집중 논의를 이어나가기 위해 방미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비자 문제 개선도 요구할 듯



    한국일보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 공장(HL-GA 배터리회사) 건설 현장에서 구금된 한국인을 태울 대한항공 전세기가 10일 하츠필드-잭슨 애틀랜타 국제공항에 착륙하고 있다. 애탈랜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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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자 문제 개선 등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조지아주(州)에서 발생한 한국인 근로자 체포·구금 사건의 원인이 어려운 비자 발급 과정과 맞닿아 있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이 원하는 대로 대미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한국인 근로자들이 미국을 대거 찾아야 하는데 까다로운 비자 발급 정책이 이를 가로막을 수 있어 해소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김 장관은 "투자를 하라면서 비자 문제를 보수적으로 하면 어떡하냐고 러트닉 장관에게 분명히 이야기 했다"며 유감을 표명한 사실을 밝혔다.

    협상이 단기간에 마무리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한참 더 협상을 해야 한다"며 "열심히 협상을 하고 있으며 표면적으로 드러나기에는 과하고 과격하고 불합리해 보이지만 최종 결론은 합리적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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