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우크라이나 접경 지역 비행 3개월간 제한
10일(현지시간) 러시아 무인기들이 폴란드 영공을 침범한 지 하루 뒤인 11일 폴란드 루블린 인근 바이리키에서 폴란드 소방관과 영토방어 대원들이 러시아 드론으로 파손된 집 지붕 근처를 지키고 있다. 폴란드 항공관제국은 10일 밤 10시부터 12월9일까지 동부 지역에 항공 교통을 제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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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드론(무인기)의 폴란드 영공 침범으로 동유럽 안보 위협 우려가 커진 가운데 폴란드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 소집을 요청하고, 벨라루스·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의 항공 운항을 제한했다.
11일(현지시간) AF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폴란드 항공관제국(PAZP)은 이날 성명을 통해 벨라루스·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인 동부 국경에 전날 밤 10시부터 12월9일까지 비행 제한구역을 설정한다고 밝혔다.
성명은 "군 작전사령부 요청에 따라 폴란드 동부 지역에 EP R129의 형태로 항공 교통 제한을 도입했다. 비행 제한구역은 폴란드 영토 안쪽으로 26~46km에 달한다"며 "일몰부터 일출까지 해당 지역에선 군용 항공기의 비행만 허용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선 신호 송수신기를 갖추고 당국과 양방향 통신을 유지하는 경우 낮에는 운항이 가능하지만, 밤에는 운항할 수 없다. 비행은 지상 약 3km 고도까지만 허용된다"며 "이번 조치는 국가 안보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상업용 항공기는 보통 지상 3km 이상의 고도에서 운항한다. 단 이번 제한은 여객 항공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앞서 폴란드는 10일 새벽 러시아 드론 최소 19대가 자국 영공을 침범했고, 자국 F-16 전투기와 네덜란드의 F-35 전투기를 투입해 침범한 드론 중 4대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 독일 패트리엇 방공시스템도 폴란드의 러시아 드론 격추를 도왔다.
/사진=구글 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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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이후 러시아 드론이 폴란드·루마니아 등 인접국 영공을 침범한 사례가 여러 번 있었지만, 이번처럼 대규모로 침범한 것은 처음이다. 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 전투기가 동맹국 영공에서 적대적인 목표물과 교전한 것은 1949년 나토 창립 이후 처음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폴란드는 러시아 동맹인 벨라루스의 서쪽에 있다.
폴란드는 러시아 드론의 영공 침범을 자국에 대한 공격이라고 주장하며 나토 조약 제4조 발동을 요청하고,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 소집을 요구했다. 나토 조약 제4조는 영토 보존, 정치적 독립 또는 안보 위협을 받은 나토 회원국은 동맹국에 긴급 협의를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나토는 폴란드의 요청에 따라 10일 북대서양이사회(NAC)에서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나토 조약 제4조가 발동한 것은 나토 창립 이후 7번째다.
폴란드 외무부는 이날 소셜미디어(SNS) X에 "폴란드 요청에 따라 러시아의 영공 침범 문제 논의를 위한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가 소집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회의 날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파이낸셜타임스는 유럽 외교관을 인용해 "긴급회의는 금요일(12일)에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폴란드의 EU 동맹국인 네덜란드와 스페인 등은 자국 주재 러시아 대사를 소환해 이번 영공 침범을 강하게 규탄했다. 스웨덴은 폴란드에 군사 자원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스웨덴 국방장관은 "우리는 폴란드와 전적인 연대가 있다"며 "폴란드로 자원을 이전할 의향이 있고, 이를 신속하게 실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크렘린궁은 이번 사태와 관련된 논평을 거부하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전날 폴란드 영공에서 발생한 드론 격추 사건이 '도발'이냐는 질문에 "우리 권한 밖의 일이므로 논평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날 역시 러시아가 폴란드 영공 침범으로 유럽 안보를 고의로 위협했다는 서방의 주장에 관해 묻자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며 답변을 피했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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