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동사상문화배격법 제정 후 처형 증가"
"기술 발전에 주민 감시 정교해져" 지적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한국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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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한국 드라마를 비롯한 외국 영상물을 시청하거나 유포한 주민들을 가혹하게 처벌해온 사실이 유엔 인권보고서를 통해 확인됐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이런 내용을 포함해 14쪽 분량의 북한 인권 상황 보고서를 최근 펴냈다. 유엔이 북한의 반인도적 범죄를 공식 인정한 이후 10년 만에 나온 후속 보고서로, 탈북자 및 목격자 300여 명의 인터뷰와 증언을 토대로 작성됐다.
보고서는 "북한 정부가 지난 10년간 전면적 국민 통제를 지속하며 기본 권리와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했다"며 2015년 형법 개정, 2020년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제정, 2021년 청년교육보장법 제정, 2023년 평양문화어보호법 제정을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특히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겨냥해 "적대국의 출판물, 음악, 영화 등을 소비하거나 유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사형을 포함한 엄중한 처벌을 규정했다"며 "사형 적용 범위가 다른 법률에 규정된 고의적 살인이나 반국가적 범죄보다 넓어 생명권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은 한국 문화 콘텐츠를 유포하거나 판매하면 사형 또는 무기징역, 시청하면 노동교화형 15년까지 선고할 수 있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악법이 실제 집행되고 있다는 증언은 허다하다. 2년 전 탈북한 강규리씨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친구 3명이 한국 콘텐츠를 소지했다는 이유로 처형됐다”며 “직접 재판에 참석했는데, 콘텐츠 소지가 마약 범죄 수준으로 취급됐다”고 증언했다. 탈북민 김일혁씨는 지난 6월 OHCHR가 서울에서 연 증언 행사에서 “내가 아는 22세 청년이 남한 드라마 3편과 K팝 70여 곡을 유포했다는 이유로 공개 총살을 당했다”며 “3개월에 두 번꼴로 공개 처형이 열렸고, 한 번에 12명이 총살당한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외국 콘텐츠 공유를 포함한 여러 행위에 사형이 새로 도입됐고 실제 집행 건수도 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또 “북한 주민들은 모든 영역에서 강화된 감시와 통제 속에 살아가고 있다”며 “기술 발전으로 감시가 정교해지고 코로나19 이후 일반 범죄와 정치범 모두에 대한 처형 건수가 늘었다”고 밝혔다.
OHCHR는 아울러 북한의 강제노동 실태도 비판했다. 보고서는 “하위 계층 아동들이 석탄광산이나 건설 현장 등 위험한 노동 현장에 ‘충격여단’ 형태로 동원되고 있으며 뇌물로도 피할 수 없는 구조 속에서 위험에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북한 인권 문제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할 것을 촉구했다. 이를 위해서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가 필요하지만 2019년 이후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 제재 논의를 지속적으로 저지해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김지윤 인턴 기자 kate744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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