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광복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장 |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스마트폰, 인터넷, 자율주행차는 사실 수천 년에 걸친 통신 기술 혁신의 결실이다. 인류는 처음엔 소리, 몸짓, 신호를 통해 기본적인 의사를 전달하다, 점차 더 먼 거리, 더 빠른 속도, 더 정확한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해왔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실시간 글로벌 소통과 인공지능 기반 네트워크도 모두 이 긴 여정에서 발전해 온 결과다.
통신의 역사는 정보를 전달하고자 하는 욕구에서 출발했다. 고대에는 봉화, 북소리, 파발(조선시대의 말 타고 달려 소식 전하는 제도)과 같이 물리적 신호와 기록, 사람의 이동 등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19세기 들어 가장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 1837년 미국의 사무엘 모스(Samuel Morse)는 전기로 신호를 보내는 전신기(Electrical Telegraph, 전기 신호인 펄스를 모스 부호로 변환해 정보를 전달하는 초기 통신장치)를 발명했다. 모스는 점(dot)과 선(dash)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모스 부호'를 개발했다. 1844년에는 워싱턴 D.C.에서 볼티모어까지, 약 64km 떨어진 곳에 세계 최초의 전신 메시지 "What hath God wrought"(하나님이 이룩하신 일)을 성공적으로 전송했다. 이것이 현대 전자통신의 '신호탄'이었다.
30여 년 뒤, 1876년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Alexander Graham Bell)이 전기의 음파 변환 원리를 활용해 전화기를 발명해 이미지를 넘어 '목소리'까지 실시간 전송이 가능해졌다. 그 직후 1895년 이탈리아의 구글리에모 마르코니(Guglielmo Marconi)가 전선 없는 무선전신기를 개발, 1901년 대서양 횡단 무선 신호 전송에 성공하며, 라디오방송과 공중파 통신 시대의 문이 열렸다.
20세기에는 컴퓨터와 디지털 기술이 등장했다. 1969년 미국 국방성은 여러 대학을 연결하는 ARPANET(아르파넷, 현대 인터넷의 전신)을 구축하면서 디지털 패킷 방식(Packet Switching, 데이터를 작은 패킷으로 쪼개 보내는 네트워크 방법, 인터넷 등 주요정보망에 필수)이 자리 잡았다. 1980년대 이후 국내외에서 이동통신 서비스(1G 아날로그, 2G 디지털, 3G 영상·데이터 통신, 4G LTE, 그리고 AI·6G로 발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 자율주행차와 통신기술의 만남
자율주행차는 센서와 인공지능(AI)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실제로는 통신이 전체 시스템의 핵심이다. 차량에는 카메라, 라이다, 레이더, GPS 등 수십 개 센서와 제어장치가 탑재돼 있다. 센서들은 차량 내부 통신망인 CAN(Controller Area Network, 자동차 내 센서와 전자제어 유닛들이 고속 데이터 교환을 할 수 있게 하는 통신 규약), 이더넷(Ethernet, 컴퓨터와 자동차 등에서 대용량·고속 데이터 교환에 사용되는 유선 통신 기술)을 활용해 실시간 데이터 교환을 하며, 차량 내 정보처리를 넘어서 도로, 인프라, 네트워크, 행인 등 다양한 외부 요소와 연결된다.
자율주행차의 센서 인지 범위는 100~200m에 불과하다. 카메라, 라이다(광레이저), 레이더 등 각 센서는 야간, 악천후에서는 성능이 저하될 수 있다. 통신 기술을 활용하면, 차량끼리(V2V: Vehicle-to-Vehicle), 도로·신호·건물 등 인프라(V2I: Vehicle-to-Infrastructure), 보행자(V2P: Vehicle-to-Pedestrian), 네트워크(V2N: Vehicle-to-Network), 심지어 모든 사물(V2X: Vehicle-to-Everything, 모든 자동차·시설·사람·시스템 간 데이터와 신호를 초고속으로 주고받는 스마트 통신. 자율주행·차량 안전·교통체계 혁신에 필수요소)까지 연결해 더 넓은 지능형 안전망을 구축할 수 있다.
자율주행자동차 시범운행 지구 |
실제 주행 중 선행 차량이 교통사고를 관측하고 뒤 차량에 "위험! 사고 발생!"을 신호로 보내면, 후속 차량은 미리 감속·회피하여 대형 사고를 막을 수 있다.
자율주행차는 실시간 반응이 생명이다. 예를 들어 시속 100km 차량의 제동거리가 30m일 때, 통신 지연이 100ms(밀리초)만 생겨도 약 2.8m 더 움직인다. 이는 센서와 네트워크가 빠르고 정밀하게 연동돼야만 진정 안전한 무인차 구현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V2X를 구현하는 대표적 기술이 DSRC와 C-V2X다. DSRC(Dedicated Short-Range Communication)는 와이파이와 유사한 고속 단거리 무선 통신 표준. 차량끼리 직접 대화(정보 교환)하며, 교통체증·사고 방지 등 지능형 서비스에 쓰인다. C-V2X(Cellular-V2X)는 LTE, 5G 등 휴대전화 망을 활용해 차량과 인프라, 사람 모두를 넓고 멀리 연결하는 통신방식이다. 단거리와 장거리 모두 지원하며, 대규모 차량 집단, 도시, 교외 어디에서도 안정적인 연결이 특징이다.
수원 광교 달리는 자율주행차량 |
◇ 통신의 발전이 만든 연결의 미래
통신 기술은 고대 봉화에서 시작해 전신기, 전화기, 무선, 인터넷, 스마트폰 시대를 거쳐 이젠 6세대라 할 수 있는 AI와 자율주행차까지 진화해왔다. 정보의 신속, 정확, 광범위한 전달, 그리고 인간과 기계, 도시, 사회 전체의 연결은 통신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자율주행차와 스마트시티, 인공지능과 글로벌 네트워크 모두가 이 통신 기술의 지속적 혁신에 기대어 '미래의 안전, 융합, 혁신'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이 길은 기술적 편의가 아니라, 인류의 소통, 협력, 공존이라는 가장 근본적 가치와 맞닿아 있다.
정광복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KADIF) 단장
▲ 도시공학박사(연세대). ▲ 교통공학 전문가·스마트시티사업단 사무국장 역임. ▲ 연세대 강사·인천대 겸임교수 역임. ▲ 서울시 자율주행차시범운행지구 운영위원. ▲ 한국도로공사 고속도로자율주행 자문위원. ▲ ITS 아시아 태평양총회 조직위 위원.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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