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 표결 부쳐 범여권 주도 부결…국힘 "의회 독재"
민주 "국회법 지켜 문제 없다"…일사부재의 적용은 논란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429회국회(정기회) 법제사법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에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간사 선임의 건에 대해 무기명 투표하고 있다. 2025.9.16/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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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기현 임세원 기자 =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국민의힘 간사 선임안을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이 부결시키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통상 간사 선임은 교섭단체 추천을 거쳐 형식적으로 추인하는 절차에 불과했지만, 범여권 의원들이 집단 반대표를 던지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16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나 의원에 대한 간사 선임의 건을 상정해 무기명 투표에 부쳤다. 총투표수 10표 중 반대 10표로 해당 안건은 부결됐다.
관례대로 간사 선임을 주장해 온 국민의힘은 전원 불참했다. 나경원 의원은 국회에서 회견을 열고 "민주당 의원들이 발언권을 통제하며 '입틀막'하는 것을 넘어 우리 당 상임위 대표 격인 간사마저 좌지우지하며 의회 독재를 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쟁점은 국회법상 일사부재의 원칙 적용 여부로 번지고 있다. 국회법 92조는 "부결된 안건은 같은 회기 중 다시 발의하거나 제출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여당 간사인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부결된 이상 정기국회 내 재상정은 불가하다"고 주장했다. 만일 일사부재의 원칙이 적용된다면 정기 국회가 마무리되는 12월 9일 무렵까지 나 의원에 대한 간사 선임안이 법사위에 다시 상정될 수 없다.
반면 국민의힘은 간사 선임안의 경우 해당 원칙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나 의원은 회견에서 "국회법상 일사부재의 원칙에 해당하는 안건이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며, 민주당은 의회 독재를 멈춰 달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일사부재의 원칙은 국회법상 '발의'나 '제출'을 전제하고 있어 법률안 등의 의안에만 적용된다고 보고 있다.
간사 선임 자체를 둘러싼 이견도 있다. 국회법 50조 2항은 '간사는 위원회에서 호선하고 이를 본회의에 보고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호선은 선거권과 피선거권의 요건이 일치하는 소규모의 회의체에서 주로 실시되는 선거방식을 뜻한다. 통상 국회에서는 교섭단체 추천과 동의 여부만 묻는 요식행위이란 뜻으로 통한다.
이번에도 추 위원장이 동의 여부를 물었으나 일제히 여당 의원들이 반발하면서 표결로 넘어갔다. 이때 간사 선임안이 '인사에 관한 안건'으로 적용돼 국회법상 토론이 불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개별 의원들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공방을 벌여야 했다.
또 '인사에 관한 안건'의 경우 무기명투표로 표결해야 해 상임위원회 회의실에 본회의장에서나 볼 수 있는 기표소가 설치되기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이에 따라 무기명 투표를 감시·감독하는 감표위원으로 장경태·박은정 의원이 선임되기도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간사 선임안을 투표에 부친 것 자체가 문제"라며 "야당 간사 없이 국회를 운영하는 한 국회법 위반 상태가 지속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관계자는 "전례가 없기 때문에 국회법도 다 준용한 데다가, 동의가 안 되는 거니까 투표에 부친 건데 문제없다"고 했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추 위원장을 비롯해 여당이 초강경으로 나가면서 아무도 제동을 못 걸고 있다"며 "야당 역시 반탄(탄핵 반대) 태도를 좀 바꾸고 이제 공세적으로 나갈 명분을 마련해야 하는데 요지부동하면서 강 대 강으로 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작은 무대인 상임위에서는 주목도도 낮고 의원들 간 친분도 작용해 이 정도로 정쟁이 벌어지지 않는데, 지금 강 대 강으로 가는 여야 관계가 상임위에서 고스란히 재현되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masterk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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