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9 (화)

    이슈 정치권 사퇴와 제명

    이 대통령 "권력 원천은 국민, 자기 것인 줄 착각 말아야"... 조희대 대법원장 겨냥 해석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우상호 "조희대 거취 논의할 계획 없다"
    "대통령실, 사법개혁 강제 안 해" 주장도
    '사법제도 개편'엔 "고민해야" 힘 실어


    한국일보

    이재명 대통령이 올해 6월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선서 행사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오른쪽)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고영권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공직자들이 바른 마음으로 열성을 다하면 다른 세상을 만들 수도 있지만, 반대로 보면 공직자 몇몇에 의해 나라 운명이 판이하게 바뀌고 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력은 자기 것이 아닌데, 권한이나 권력을 가지면 그게 자기 것인 줄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고도 언급했다. 공직사회 전체를 겨냥한 기강 확립 차원의 발언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압박과 맞물려, 조 대법원장을 향해 우회적 경고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은 1기 내각 구성이 완료된 이후 처음 열린 이날 국무회의에서 "권력은 자기 것이 아니다. 선거를 통해서든, 임명을 통해서든 (가진) 권력의 원천은 언제나 국민"이라며 "이것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자기가 권력을 가진 특별한 존재인 것처럼 착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착각에 빠지지 않게 노력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내란 종식 등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조 대법원장을 겨냥한 발언이란 분석이 나왔다.

    다만 대통령실은 조 대법원장의 거취 문제를 논의한 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 대법원장을 향한 여당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면서 '삼권분립 훼손'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실은 선을 긋고 뒤로 빠진 것이다. 대통령실은 다만 "사법부 제도 개편의 필요성에는 공감한다"는 입장도 함께 밝혔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이날 취재진을 만나 "조희대 대법원장의 거취에 대해 논의한 바가 없고 앞으로도 논의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에서 나오는 조 대법원장 사퇴 또는 탄핵 주장에 대통령실이 개입하지 않겠단 것이다. 실제 정부 차원에서 조 대법원장 압박을 자제하려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날 대정부 질문에서 '이 대통령 전원합의체 판결과 관련해 조 대법원장 수사가 필요하다'는 부승찬 민주당 의원의 주장에 "(의혹을) 가정하기보다 진위가 정확히 밝혀지는 것이 좋겠다"며 말을 아꼈다.

    대통령실은 나아가 구체적인 사법부 제도 개편 논의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입장도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실이 개입해서 사법부의 (개혁을) 강제하고 그러지는 않을 것"이라며 "당정 협의를 해도 사법 문제로 하겠느냐"고 말했다. 사법부 제도 개편으로 인해 발생하는 행정상 문제는 협의할 수 있지만, 세부 개편 방안에 대해서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선출 권력이 임명 권력보다 우위에 있다'는 취지의 이 대통령 발언에 대해서도 "사법부 독립이라는 게 국민으로부터 독립하려는 것이냐,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에는 권력의 서열이 분명히 있다”며 “국회는 가장 직접적으로 국민으로부터 주권을 위임받았고, 국가 시스템을 설계하는 건 입법부의 권한”이라고 강조해 ‘권력 서열’ 논란이 일었다.

    이처럼 대통령실이 해명에 나선 배경에는 조 대법원장 신변 문제를 압박하는 민주당에 대통령실이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사법부는 법원장 회의 이후 별다른 자성 없이 "사법개혁 논의에 참여를 시켜달라"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그러자 민주당은 "반성이 없다"며 조 대법원장 사퇴 및 탄핵 등 '강공 모드'로 전환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날 조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원칙적으로 공감한다"고 말했다 당정이 합심한 모양새가 연출되자 대통령실에서 급하게 수습에 나선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강 대변인 발언에 대해 "오해를 살 수 있었지만 취지는 사법개혁에 공감한다는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다만 대통령실 안팎에서 사법부에 대한 불만은 감지되고 있다. △'지귀연 재판부'의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이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유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 등 사법부가 국민 신뢰를 잃어왔는데도 자성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사법부가 완벽하지 않고 과거 몇 가지 사안들도 문제가 됐으니 제도적 개선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박준규 기자 ssangkkal@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