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회의에서 정 대표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해 “지금이라도 스스로 사퇴해야”라고 말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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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더불어민주당에선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종일 이어졌다. 대통령실이 이날 “대법원장 거취를 논의할 계획이 없다”며 선을 그었지만, 당내 분위기는 그대로였다. 사법부를 향한 과도한 공세가 역풍을 부를 수 있다는 당 안팎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당대표가 직접 불 지핀 대법원장 사퇴론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퇴 요구 대열에 가장 앞장서 있는 것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추미애 민주당 의원이다. 추 의원은 지난 14일에 이어 이날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거듭 주장했다. 추 의원은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과 내란 재판 태업 등 작금의 사법 불신을 초래한 상황에 대해서는 아무런 집단 자성도 없다. 대실망”이라며 “내란범 윤석열과 그가 엄호하는 조희대는 내란 재판을 교란하는 한통속”이라고 썼다. 문재인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낸 박범계 의원은 “윤석열 탄핵 뒤 대법원이 빛의 속도로 이재명 대표에 대한 항소심(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관련 재판) 파기 판결을 감행한 것은 그 위헌, 위법성 여부를 떠나 합당하지 않음이 분명하다. 대법원의 파기 판결을 주도한 것은 조희대 대법원장”이라며 “조 대법원장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페이스북 글을 올렸다. 앞서 박지원 의원은 전날 밤 페이스북에 “대법원장께서 자업자득하셨다”며 “조 대법원장이 사퇴하는 것이 사법부를 살리는 길”이라는 글을 남겼다. 전날 조 대법원장 사퇴를 요구한 정청래 대표는 침묵을 지켰지만, 당 중진들이 연이어 사퇴 요구 대열에 가세한 모습이다.
사법부를 향해 내란전담재판부를 설치하라는 압박도 이어졌다. 내란 사건을 전담하는 재판부를 구성해 재판 진행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는 게 민주당의 표면적 명분이지만, 구속 중이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풀어준 전력이 있는 지귀연 판사 손에 사건을 맡길 수 없다는 게 진짜 이유다. 허영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지 판사 교체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요구에 대해) 응답 없는 사법부를 입법부가 방치한다면 그것이 삼권분립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일 사법부를 압박하는 강경 발언이 터져 나오는 것에 대해 민주당 안팎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민주당의 한 서울 지역 재선 의원은 “개별 의원들이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거론하는 것과 당대표가 전면에 나서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의미가 다르다. 당대표가 전면에 나서면 거대 여당이 사법부를 흔드는 모양새로 비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용진 전 민주당 의원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관세협상이나 규제혁신 등 민생 의제를 앞세워 국정을 풀어가려고 하는데 여당이 ‘여의도 정치’ 이슈로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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