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전성기 보내며 영화 제작에도 관심 보여
1980년 감독 데뷔작으로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수상
선댄스 영화제 설립해 재능 있는 신인 감독들 발굴
환경운동과 인권운동에도 앞장서
2021년 모나코의 한 시상식에 참석한 로버트 레드퍼드.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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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세상을 떠난 로버트 레드퍼드는 스크린 아이돌에서 시작해 깊이 있는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로 거듭났을 뿐 아니라 유능한 감독인 동시에 독립영화의 든든한 후원자였다. 환경보호에도 앞장서는 사회운동가였다.
'선댄스 키드' 레드퍼드, '내일을 향해 쏴라'로 톱스타 반열에 올라
1936년생인 레드퍼드는 1959년 연극 무대에서 연기를 시작했다. 1960년 영화 ‘톨 스토리’ 단역으로 스크린 데뷔한 후 조연으로 출연한 ‘인사이드 데이지 클로버’(1965), 제인 폰다와 주연을 맡은 로맨틱 코미디 ‘맨발로 공원을’(1967) 등에 출연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 20세기폭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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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스타덤에 올려놓은 작품은 1969년 폴 뉴먼과 주연을 맡은 ‘내일을 향해 쏴라’였다. 로맨스 영화에 어울리는 금발의 젊은 미남 배우라는 전형적 이미지를 벗어던진 레드퍼드는 과묵하고 거친 이상주의자 총잡이 ‘선댄스 키드’를 연기하며 다층적 배우로 거듭났다.
1970년대 최고 전성기...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에선 제작에도 참여
1970년대는 레드퍼드의 최고 전성기였다. 뉴먼과 재회해 또다시 크게 성공을 거둔 ‘스팅’,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와 출연한 ‘추억’ 등으로 연기력을 다지며 당대를 대표하는 흥행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위대한 개츠비’ 등 숱한 히트작을 내면서도 그는 배우로서 대중적인 성공에 안주하지 않았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소재로 한 정치 스릴러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에서는 원작 각색 단계부터 참여했고 워싱턴포스트 기자 밥 우드워드 역을 맡아 더스틴 호프먼과 호흡을 맞춰 영화의 성공을 이끌었다.
1973년 영화 '추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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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중후한 중년 남성의 이미지를 여러 각도로 변주하며 야구 영화 ‘내추럴’, 로맨스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 등에 출연했다. 레드퍼드가 출연한 영화는 50편이 넘는다. 2017년 제인 폰다와 함께 황혼의 로맨스를 연기한 넷플릭스 영화 ‘밤에 우리 영혼은’으로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평생 공로상을 수상했고, 2018년 은퇴작임을 밝히며 출연했던 ‘미스터 스마일’로는 골든글로브 시상식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마지막 스크린 출연작은 카메오로 등장했던 2019년 ‘어벤저스: 엔드게임’이다.
할리우드 스타를 넘어 독립영화의 대부, 환경운동가로 변신
레드퍼드는 섬세한 연출이 돋보이는 재능 있는 감독이었다. 상류층 가정의 상실과 고통을 다룬 ‘보통 사람들’(1980)로 감독 데뷔한 그는 첫 연출작으로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해 4개 부문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 ‘흐르는 강물처럼’ ‘퀴즈 쇼’ 등 여러 편의 영화를 더 연출했다. 특히 ‘흐르는 강물처럼’(1993)에서 주연을 맡은 브래드 피트는 ‘제2의 로버트 레드퍼드’라는 수식어로 주목 받으며 이후 대배우로 거듭났다. 레드퍼드와 피트는 2001년 ‘스파이게임’에 함께 출연하기도 했다.
영화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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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퍼드는 독립영화의 대부로도 유명하다. 1981년 신인 감독 발굴을 위해 비영리단체 ‘선댄스 인스티튜트’를 설립했고, 1984년부터는 유타주 파크시티에서 열리던 작은 영화제를 인수해 미국의 대표적인 독립영화 축제 ‘선댄스 영화제’로 키웠다. 쿠엔틴 타란티노, 스티븐 소더버그, 짐 자무시, 대런 애러노프스키 등이 선댄스 영화제를 통해 발굴됐다. 환경운동가로 활동하며 대형 고속도로 건설 반대, 석탄 화력발전소 건립 저지 운동 등에 앞장섰고, 미국 원주민의 권리와 LGBT 인권 같은 사회 이슈에도 적극적인 목소리를 냈다.
AP통신은 그에 대해 “금발 머리와 소년 같은 미소로 가장 인기 있는 주연 배우가 됐지만 정치적 활동과 다양한 배역 출연, 독립영화 지원 등을 통해 외모를 뛰어넘는 노력을 기울였다”고 평가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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