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대법원장 사퇴론에 "원칙적 공감" 밝힌 뒤
"오독·오보" 정정 브리핑에 수정 속기록 배포해 논란
이준석 "대통령 입 위치 망각... 李대통령이 결단해야"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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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의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요구와 관련한 대통령실 브리핑 속기록을 임의로 수정한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에 대해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해임을 촉구했다.

이 대표는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기록은 민주주의의 블랙박스다. 사고의 진실을 밝히는 블랙박스를 고칠 수 없는 것처럼, 국가의 기록 역시 권력의 입맛대로 수정돼서는 안 된다"며 "기록을 제멋대로 수정하며 공직기강을 해태한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즉각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강 대변인은 15일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조 대법원장에게 공개적으로 사퇴 요구를 했는데 대통령실 입장이 궁금하다'는 기자 질문에 "아직 저희가 특별한 입장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시대적, 국민적 요구가 있다면 임명된 권한으로서는 그 요구에 대한 개연성과 그 이유에 대해 돌이켜볼 필요 있지 않나라는 점에서 아주 원칙적으로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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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발언이 대통령실 공식 입장으로 여겨지며 논란이 일자 강 대변인은 정정 브리핑을 통해 "(원칙적 공감 표현은) 삼권분립과 선출권력 존중감에 대한 원칙적 공감을 표현한 것"이라며 "이 상황(조 원장 사퇴 요구)에 대한 공감이란 것은 오독이고 오보"라고 설명했다. 특히 대통령실은 '공감' 관련 내용을 삭제한 채 브리핑 속기록을 배포했다가 기자들 항의에 다시 원문으로 배포하면서 논란을 더욱 키웠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논란이 커지자 진실을 지우려 한 조작"이라며 "기록을 건드리는 순간, 민주주의의 근간이 무너진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박근혜 정부의 세월호 참사 최초 보고 시각 변경 △노무현 정부의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삭제 의혹 등을 거론하며 "과거의 기록 왜곡은 은밀히 사후적으로 이뤄졌지만, 이번에는 언론 앞에서 실시간으로 삭제와 복구가 반복됐다"며 "대통령의 입이라는 위치를 망각했거나 대통령 권력을 등에 업고 호가호위할 수 있다고 자만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대통령실 공보라인의 메시지 혼선이 외교 정책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외교가 미국이나 주변국과의 관계에서 계속 산으로 가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입이 제멋대로 행동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말실수로 끝나지 않고 곧바로 외교적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재명 대통령은 결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