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반론도... 김남희 "신중해야"
1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의 모습.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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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정치권 추천 몫을 삭제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입법으로 강제하는 방안을 이달 안에 밀어붙이려는 분위기다. 지난 14일 "사법부 스스로 내란 전담 재판부를 설치하라(한정애 정책위의장)"고 최후통첩을 날린 지 3일 만에 더 이상은 못 기다리겠다고 속도전을 천명한 것이다. 지난달 말 내란특별재판부 아이디어가 처음 거론될 때만 해도 '압박용 카드'란 게 대체적 기류였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 사건을 맡은 지귀연 재판부가 이른바 '침대 재판' 논란을 스스로 끊어내지 않는다면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의견이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
다만 국회 추천권을 삭제하면 문제없다는 민주당의 논리와 달리, 특정 재판의 판사를 별도로 결정한다는 발상 자체가 '사건 배당의 무작위성 원칙'을 흔들어 근본적으로 위헌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법조계의 반박도 만만치 않아 실제 법안 추진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은 17일 내란전담재판부 후보 추천위원회를 구성할 때 국회 추천권을 삭제하는 절충안을 띄우며 다시 불을 붙이는 모습이다.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이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각론에 있어 위헌적 요소를 제거해 나가면 위헌 논란에 빠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내란전담재판부 구성을 위한 후보 추천 과정에서 사법부 독립 침해 논란을 배제하기 위해 정치권 추천은 배제할 수 있다"고 물러섰다.
박찬대 민주당 의원이 지난 7월 대표 발의한 내란특별법은 내란재판부의 법관 후보자를 추천하는 추천위를 별도로 설치하고, 추천위는 국회 추천 인사 3명을 포함해 총 9명으로 구성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입법부가 사법부 구성에 개입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많자, 외부 개입을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나선 것이다. 전현희 최고위원도 전날 한 유튜브에 출연해 "전담재판부 법관을 추천하는 추천위에 국회가 들어가는 것에 아무런 문제가 없음에도 그걸 핑계로 입법부가 사법부의 권한을 침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그 부분은 저희가 좀 고려할 여지가 있다"며 수정 가능성을 언급했다.
내란전담재판부를 두고 그간 줄곧 "사법부 압박용"이라고 공공연히 밝혀왔던 당 지도부 기류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원내 지도부 관계자는 이날 "물리적으로 이달 내 국회 본회의 통과는 어렵지만 언제든 통과시킬 수 있도록 성안해 둘 필요가 있다"며 "만약 사법부의 변화 의지가 보이지 않으면 결국 처리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문 원내수석부대표도 "당론으로 아직 추진하고 있지는 않지만, 당내에 상당한 공감이 이뤄지고 있고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더 이상 단순 '압박용 카드'는 아니라는 의미다. 당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내란전담재판부에 "그게 무슨 위헌이냐"고 발언한 것도 사실상 동의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민주당이 내란 전담재판부를 입법으로 설치하려 한다면, 별도의 법안을 발의하거나 앞서 발의된 내란특별재판부 법안을 수정하는 방법이 있다.
다만 여전히 법조계에선 내란전담재판부 발상 자체가 위헌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사건 배당 무작위성 원칙을 깨트려 재판의 독립성 공정성을 저해할 수 있고, 헌법상 독립된 판사에게 재판받을 권리가 명백히 침해될 소지가 분명하다는 점에서다. 향후 유사한 요구가 쏟아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 같은 우려 탓에 민주당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입법으로 강행하더라도 사법부가 권한쟁의 신청 등 후속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 경우 내란 재판 자체가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도 "숙의가 필요하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민주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인 김남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금의 사법부가 잘못하고 있다고 해서 정치권력과 다수결이 모든 문제의 정답을 내놓거나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할 수도 있다"며 "정치권력이 사법개혁을 함에 있어서는 언제나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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