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년 얽힌 양국 위스키 산업… 10% 관세로 판매·일자리 위기
미국이 지난 5월부터 영국산 스카치위스키에 부과하는 10% 관세로 스코틀랜드는 물론, 미 켄터키의 ‘토종’ 버번위스키 산업까지 휘청거리고 있다. 미국은 세계에서 스카치위스키를 가장 많이 소비하던 국가인데, 관세 부과로 자국의 버번위스키가 반사이익을 누리기는커녕 공멸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18세기부터 200년가량 교류해온 영미의 위스키 시장은 유기적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일방적인 관세 부과로 미국이 이익을 얻기보단 오히려 ‘순망치한’ 상황에 놓일 수도 있는 세계 무역 시장의 복잡한 단면이 드러났다는 평가다.
미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존 스위니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은 지난 9일 백악관을 방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관세 인하를 요청했다. 지난 7월 스코틀랜드를 방문한 트럼프를 찾아간 데 이어 두 번째 ‘읍소’를 한 것이다. 스위니는 “위스키 상호 무관세 정책이 어떻게 대서양 양쪽에서 위스키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을지 논의했다”고 했다. 스코틀랜드의 스카치위스키협회(SWA)는 미국의 10% 관세 부과로 업계가 매주 400만파운드(약 75억원)의 손해를 본다고 추산한다.
피해는 미국 위스키 업계도 마찬가지다. 미 증류주협회(DISCUS)는 스카치위스키 가격 인상으로 미 전역에서 위스키 소매 판매량이 3억달러(약 4144억원) 이상 감소하고, 관련 일자리도 3300개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국 버번위스키 업계의 ‘오크통 수출’은 치명상을 입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옥수수가 주원료인 버번위스키는 반드시 새 오크통에 숙성시켜야 하고 재사용할 수 없는 반면, 보리로 만드는 스카치위스키는 오크통 제한 규정이 없다. 이에 스카치위스키 업체들은 미국의 중고 오크통을 싼값에 수입해 사용한다. 스코틀랜드 아일라섬의 킬호만 증류소가 사용하는 오크통의 60%가 미국산일 정도다. 미국의 버번위스키 업계가 스코틀랜드에 오크통을 팔아 얻는 수익은 연 3억달러 규모다. 그런데 관세 부과로 스카치위스키 생산자들이 타격을 입으면, 미국의 버번위스키 업체들도 오크통 수출에 지장을 겪는 ‘도미노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유명 위스키 회사들도 양국에 모두 뿌리를 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 1870년에 설립돼 ‘잭다니엘스’ 등을 생산하는 브라운포먼사는 미국 켄터키주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스코틀랜드의 여러 증류소에서 스카치위스키를 생산하고 있다.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두고 ‘라가불린’ ‘조니워커’ 등 스카치위스키를 생산하는 디아지오사도 미국 켄터키주에서 ‘불릿 버번’ 등을 만든다. 관세 부가로 디아지오는 연간 2억달러(약 2761억원) 손해를 볼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양국의 위스키 업계는 트럼프 행정부와 영국 정부에 ‘로비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크리스 스윙거 미 증류주협회 회장은 “양국 위스키 산업은 긴밀하게 얽혀 함께 번영했다”며 “스카치위스키에 부과한 관세는 미국 경제는 물론 미국 소비자에게도 해를 끼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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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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