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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0 (수)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EU, 이스라엘산 수입품에 무관세 중단·극우 장관 제재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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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17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에서 열린 ‘제노사이드(인종청소)를 멈추라’ 집회에서 한 시민이 ‘점령에 반대하는 이스라엘인’이라는 팻말을 들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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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국제 사회 만류에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가자시티 점령 공격에 나선 이스라엘을 겨냥한 제재에 시동을 걸었다. 이스라엘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면제 중지 등이 주요 내용인데, 최종 실행될 지 여부는 장담하기 어렵다.



    르몽드와 르피가로 보도를 보면, 17일(현지시각)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가자에서 매일 벌어지는 끔찍한 사건들은 중단돼야 한다. 즉각적 휴전, 인도적 지원의 무제한적 공급, 그리고 (무장정파) 하마스가 억류 중인 모든 인질의 석방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어 “우리는 이스라엘에 대한 무역 특혜를 중단하고, 극우 성향 장관들과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폭력적인 정착민들을 제재하며, 이스라엘에의 양자 지원을 정지할 것을 (유럽연합 이사회에) 제안한다”고 밝혔다.



    집행위가 마련한 이스라엘 제재안의 핵심은 ‘유럽연합-이스라엘 협정’ 중 무역 관련 조항 중단이다. 지난 2000년 발효된 이 협정의 무역 조항은 유럽에 수입되는 이스라엘 공산품 대부분과 일부 농산품 등의 관세를 면제한다. 집행위는 이스라엘이 인권 존중 의무를 담은 협정 제2조를 위반했다는 점을 근거로 무역 조항의 효력을 정지할 방침이다. 유럽연합이 관세 부과를 앞세운 대이스라엘 제재를 추진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조항 중단으로 새 관세가 생기면 이스라엘 경제에 손해가 불가피하다. 유럽연합이 이스라엘의 최대 수출 상대국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스라엘의 유럽연합 수출액은 159억유로(약 26조원)였다. 무역 특혜가 사라지면 이스라엘 기업들은 연간 2억2700만유로(약 3700억원) 관세를 추가 부담해야 한다.



    마로시 세프코비치 유럽연합 무역집행위원은 “핵심은 (새로 생기는) 관세 액수가 아니라 정치적 메시지”라며 “우리는 이스라엘 정부에 (가자전쟁 휴전 촉구 등) 분명한 신호를 보내고자 한다”고 말했다.



    집행위의 제재 방안엔 극우 성향의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과 베잘렐 스모트리치 이스라엘 재무장관 등 2명에 대한 제재 계획도 담겼다. 이들은 이스라엘 정부 안에서도 가자지구 완전 점령, 요르단강 서안지구 정착촌 확대 등을 특히 강하게 주장해왔다.



    이외에도 집행위는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폭력을 주도해온 정착민들에 대한 제재를 제안했다.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협력 기금 집행 역시 중단한다. 반유대주의 대응·유대 문화 진흥 명목 예산 2000만유로(약 330억원)만 유지된다.



    집행위가 이스라엘을 압박하는 제재 패키지를 꺼낸 데는 이스라엘이 지난 15일 가자지구 최대 도시 가자시티를 지상군으로 침공한 게 계기가 됐다. 가자지구 인구 약 210만명 중 60만여명이 여전히 이곳에 거주하고 있다.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제재의) 목표는 이스라엘을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 정부가 정책을 바꾸고 가자에서의 고통을 멈추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집행위가 이날 제안한 제재안은 다음달 1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릴 유럽연합 회원국 정상회의, 다음달 20일 유럽연합 외교이사회 등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무역 조항을 중단하려면 유럽연합 27개 회원국 중 최소 55%(15곳)이 찬성하고, 찬성한 국가들의 인구가 전체의 65% 이상이어야 한다. 극우 장관 제재를 위해선 회원국들의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하다.



    다만 유럽 언론들은 두가지 제재 모두 동의 요건을 넘기 힘들다고 예상한다. 인구가 많은 편인 독일·이탈리아 등이 대이스라엘 제재에 소극적인 탓이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유대인을 대량 학살(홀로코스트)한 죄과가 있는 이들 나라가 이스라엘을 압박하는 데 여전히 정치적 부담을 느낀다는 해석이 나온다. 슈테판 코르넬리우스 독일 정부 대변인은 “독일 정부는 아직 최종 입장을 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은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협정(의 효력)을 손대는 데 필요한 과반수의 회원국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독일·이탈리아·헝가리·불가리아·체코가 이에 반대하고 있다”며 “(극우) 장관들과 정착민을 제재하는 문제에는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하지만 여기엔 헝가리가 반대한다”고 전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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