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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美관세 역풍 직격타…현대차, 뉴욕서 돌파 승부수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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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2025 CEO 인베스터 데이]①
    고율 관세 극복 위해 뉴욕서 첫 해외 인베스터 데이
    260억불 투자·현지 생산 확대…북미 전략 전면 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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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대표이사(CEO) 사장이 '2025 현대차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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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가 한국산 차량에만 적용되는 고율 관세와 전기차 수요 둔화라는 이중 부담을 돌파하기 위해 뉴욕에서 승부수를 띄웠다. 투자 확대와 생산 거점 강화에 더해 북미 전용 신차 투입과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까지 총동원해 미국 시장 맞춤형 전략에 속도를 낸다.

    첫 해외 인베스터데이…뉴욕 택한 이유

    현대차는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더 셰드에서 글로벌 투자자와 애널리스트, 신용평가사 담당자 등을 대상으로 '2025 CEO 인베스터 데이'를 개최했다. 이는 해외에서 열리는 첫 인베스터 데이다. 이번 행사에서 현대차 호세 무뇨스 대표이사(CEO) 사장과 이승조 재경본부장(CFO) 부사장, 김창환 전동화에너지솔루션담당 부사장, 유지한 차량아키텍처·인테그레이션센터장 겸 자율주행개발센터장 전무 등이 발표자로 나서 현대차의 미래 전략에 대해 설명했다.

    이날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은 "미국을 선택한 이유는 현대차의 성장 동력이 바로 미국이기 때문"이라며 "북미는 전략적으로 가장 중요하고 현대차 브랜드가 지속 성장하는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북미 시장은 올해 상반기 현대차가 글로벌 시장에 판 207만대 중 30%(약 61만대)가 판매된 최대 자동차 시장이다. 특히 제네시스 및 SUV(스포츠유틸리티차) 등 고부가가치 차종의 인기가 높아 매출 기준 비중은 38%에 육박하는 중요 시장이다. 유럽 시장이 전체 판매의 15%, 매출의 14%를 차지하는 것을 고려하면 두 배 이상 큰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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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비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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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행사 장소 선택의 배경에는 한국산 차량에만 적용되는 25% 고율 관세도 있다. 한국은 미국과 큰 틀에서 무역협정 합의는 마쳤지만 세부 사항 이견으로 최종 타결이 지연되고 있다. 이 기간 동안 현대차와 기아는 25%의 관세를 그대로 부담해야 한다. 업계는 관세가 지속될 경우 현대차는 월 4000억원, 기아는 3000억원대 비용을 떠안을 것으로 추정한다.

    관세 문제에 대해 무뇨스 사장은 "현 시점 기준 25% 관세가 적용되고 있으며 향후 실적 전망도 이 기준에 맞춰 세워져 있다"며 "수익성 목표가 낮아진 것도 사실상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관세가 15%로 낮아진다면 기존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며 "내년에는 양국 정부가 협력해 빠른 합의를 이끌어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현대차는 관세 영향을 반영해 올해 연결 영업이익률 목표를 낮췄다. 올초 제시했던 7.0~8.0%에서 1%p(포인트) 낮춘 6.0~7.0%다. 올해 투자 계획도 기존 제시한 16조9000억원에서 16조1000억원으로 수정했다. 다만 매출액 성장률 목표는 올해 초 제시한 3.0~4.0%에서 5.0~6.0%로 2%p포인트 상향했다.

    가격 정책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무뇨스 사장은 "관세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가격을 인상하지는 않는다"며 "현재 플랫폼 공용화, 생산 효율화, 원가 절감 활동으로 비용을 줄이고 있으며 신차 출시와 가격 전략으로 매출을 확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앞으로도 시장 상황에 따라 합리적인 가격을 유지하고 리스·금융 조건을 개선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며 "중요한 것은 고객 중심의 접근"이라고 첨언했다.

    투자·현지화 확대…신차·협업 카드도 총동원

    현대차그룹은 이러한 상황을 태개하기 위해 올해부터 2028년까지 향후 4년 동안 미국 시장에 26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할 계획이다. 이는 앞서 지난 3월 발표했던 210억 달러 대비 50억 달러 증가한 규모다. 여기에는 제철소 건설, 자동차 생산능력 확대, 로봇 공장 신설 등이 핵심 투자 분야로 포함됐다. 이중 현대차 개별 미국 투자 금액은 15조3000억원(116억 달러)으로 기존 11조6000억원(88억 달러)보다 3조7000억원(28억 달러) 늘어난 수준으로 예정돼 있다.

    무뇨스 사장은 "이는 관세만을 완화하려는 투자가 아니라 자동차 업계에서 최첨단 고효율 제조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전략적 조치"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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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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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자동차 중 현지에서 생산되는 차량 비중도 점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무뇨스 사장은 "2030년까지 미국 판매 차량의 80% 이상을 현지에서 생산하고 공급망 조달 비중은 60%에서 80%로 늘리겠다"며 "그룹사 공장 가동률을 95% 이상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를 통해 관세 영향을 줄이고 가격·인센티브 효율성을 높여 장기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는 미국 내 두 생산기지인 앨라배마 공장과 HMGMA(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의 가동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먼저 27억 달러를 투입해 HMGMA 2단계 증설을 추진한다. 2028년까지 총 생산능력을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중심으로 20만대 확대한다. 이를 통해 3000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고 조지아 지역 협력사와 파트너사에도 투자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무뇨스 사장은 "이는 단순히 규모를 늘리는 게 아니라 미국 시장에 최적화된 제품 믹스를 제공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라며 "그룹 차원에서 2016년부터 2028년까지 총 260억달러를 미국에 투자해 2만5000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관세에 대응하는 차원이 아니라 첨단 제조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픽업트럭, 상용차 등 북미 현지 제품 전략도 강화한다. 현대차는 지난 2021년 출시한 북미 전용 준중형 픽업트럭 '싼타크루즈'의 성공을 이을 중형 픽업트럭을 2030년 이전까지 현지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또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과 트레일러 법인 현대트랜스리드의 트레일러 상품을 앞세워 북미 상용차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이르면 2028년 미국 현지 생산이 시작되는 전기 상용 밴도 힘을 보탤 전망이다.

    미국 기업과의 협업도 이어간다. 현대차는 미국 자율주행기업 웨이모(Waymo)와 지난해 10월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고, 웨이모의 6세대 완전 자율주행 기술 '웨이모 드라이버'를 HMGMA에서 현지 생산되는 아이오닉 5에 적용해 도로 위로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올 연말 미국 실도로에서 주행 시험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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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대표이사(CEO) 사장이 '2025 현대차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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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네럴 모터스(GM)과의 공동 개발 프로젝트도 본격화한다. 현대차와 GM은 2028년 출시를 목표로 5개 차종에 대한 공동 개발을 진행 중이다. 중남미 시장 대응을 위한 중형 픽업, 소형 SUV, 소형 승용, 소형 픽업 4종과 북미 시장용 전기 상용 밴 등이다. 향후 해당 차량들의 양산이 본격화되면 연간 80만대 이상의 생산 및 판매가 기대된다.

    이날 무뇨스 사장은 GM 프로젝트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개발은 단순히 모든 것을 합치는 방식이 아닌 각사가 주도할 부분을 나눠 맡는 구조"라며 "물류 등 협력 범위도 열려 있어 미국뿐 아니라 아시아·기타 시장 수출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협력 기회"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무뇨스 사장은 조지아 공장에서 발생한 협력사 직원 구금 사태에 대한 입장도 내놨다. 그는 "해당 사태에 대해 깊이 공감한다"며 "양국 정부가 단기 출장과 전문 기술 지원 문제에 대해 호혜적인 해법을 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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