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기초 체력이 약하다는 뜻
"3500억 달러 투자하면 제2의 외환위기"
2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가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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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다시 1,400원 대를 넘보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로 우리와의 금리 격차가 축소돼 해외로 자금이 유출될 우려는 줄었지만 영국, 프랑스 등 유럽의 재정 위기라는 대외 변수로 달러가 강세를 보인 영향으로 분석된다.
22일 원·달러 환율은 서울외환시장이 열린 직후 1,399.0원을 넘어섰다. 1,400원 선을 위협하다 오후 들어 상승 폭을 줄이더니 전 거래일보다 1.0원 내린 1,392.6원에 주간거래를 마쳤다.
시장에선 프랑스, 영국 등 유럽 주요국의 재정 적자 우려가 커져 달러 수요가 단기간 급증한 영향으로 분석한다. 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추가적인 금리인하에 소극적으로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환율 급등의 이유로 설명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전 세계적으로 달러가 약세를 보이는 국면에서도 원화 가치가 '나홀로 하락'하고 있는 점이 문제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22일 오후 1시 43분 기준 달러 인덱스(DXY)는 97.44를 기록하며 한 달 전보다 0.16% 하락했다. 110에 육박했던 올해 초와 비교하면 11% 이상 하락했다. 달러 인덱스는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로, 이 기간 그만큼 달러 가치가 내려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같은 기간 달러 대비 원화값은 1,390원 안팎을 벗어나지 못했다.
결국 우리 경제의 허약한 펀더멘털이 원화 약세의 주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올해와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대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락세인 잠재성장률(2% 수준)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이렇다 보니 올해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2년 만에 대만에 따라 잡힐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는 "유럽 재정 상황이나 미국 금리인하 기조가 꺾이는 분위기 때문에 달러 가치가 상승했다고 보기엔 달러 인덱스는 여전히 낮다"며 "결국 우리 펀더멘털이 약하고, 관세 피해까지 예상되면서 원화만 침몰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한미 관세 협상에 따라 3,500억 달러를 미국에 직접 투자해야 할 경우 추가적인 원화 약세는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이 가속화하고, 물가 상승에 따른 내수 침체가 더욱 확산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통화스와프1 없이 미국이 요구하는 방식대로 3,500억 달러를 인출해 현금으로 투자한다면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와 같은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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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간 환율은 한미 협상의 항방에 달렸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이어진다면 원·달러 환율은 단기적으로 1,450원 이상까지 오를 수 있다"며 "무리한 대미 협상 수요는 '제2의 외환위기' 가능성을 키울 수 있는 만큼 정부의 신중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1 한미 통화스와프
자국의 화폐를 상대국에 맡긴 뒤 미리 정한 환율로 상대국의 통화를 빌려오는 일종의 '국가 간 마이너스 통장'이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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