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초반 고이즈미 우위, 다카이치 눌러
마음 급한 다카이치 '배외주의'로 세 결집
"외국인 늘어 정의 무너져… 일본 세탁을"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22일 도쿄 당사에서 열린 소견발표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담당장관, 모테기 도시미쓰 전 간사장,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장관,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장관.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직 사임 의사를 표명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후임자를 선출하기 위한 차기 총재 선거의 막이 올랐다. 언론사의 당원 지지율 조사에선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장관이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자 유력 주자이자 우익 성향인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장관은 "대청소가 필요하다"며 도 넘는 '외국인 때리기'로 맞불을 놨다.
자민당은 22일 총재 선거를 고시했다. 고이즈미 장관과 다카이치 전 장관,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담당장관, 모테기 도시미쓰 전 자민당 간사장 등 5명이 입후보했다.
후보 난립으로 승자는 결선투표에서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총재 선거는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득표한 후보가 당선된다.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1, 2위 득표자가 결선투표에서 맞붙는데 한 표라도 많은 후보가 승리한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해 9월 총재 선거 당시 1차 투표에선 2위에 머물렀지만 결선투표에서 역전에 성공했다.
1차 투표에선 국회의원 295명이 1표씩 행사하고, 전국 당원·당우(자민당 후원 정치단체 회원) 수만 명이 행사한 표는 국회의원 합계 표수로 환산한다. 국회의원 표와 당원 표가 반반이라 당원 의견도 어느 정도 반영된다. 하지만 결선투표는 의원 295표와 광역자치단체 지부 대표 47표를 놓고 경쟁하므로, 사실상 자민당 총재는 의원들이 결정하는 셈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다섯 명의 출마로 표가 분산돼 결선투표로 갈 공산이 크다"며 "결선투표는 1차 투표보다 국회의원 표의 비중이 커진다"고 짚었다.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다카이치 사나에(왼쪽) 전 경제안보담당장관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장관. 도쿄=교도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번 선거는 일찍이 다카이치 전 장관과 고이즈미 장관 간 양강 구도가 형성됐다. 두 사람은 지난해 9월 선거에서도 1차 투표에서 각각 1, 3위를 차지해 유력한 '포스트 이시바'로 거론돼 왔다.
선거 초반 당심은 고이즈미 장관에게 쏠린 것으로 나타났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20, 21일 '차기 자민당 총재에 어울리는 사람'에 대해 조사했는데, 자민당 지지층이라고 밝힌 응답자의 41%가 고이즈미 장관을 선택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2위인 다카이치 전 장관(24%)을 17%포인트나 따돌렸다. 민영방송 니혼TV는 투표권이 있는 당원·당우만을 상대로 지지 후보를 조사해 이날 보도했는데, 고이즈미 장관이 32%로 가장 앞섰다. 다카이치 전 장관은 28%로 뒤를 이었다. 응답자를 이전 총재 선거에서 이시바 총리에게 투표한 사람으로 좁히자 고이즈미 장관 지지율은 41%로 더 올라갔다. 다카이치 전 장관은 11%로 하야시 장관(21%)보다도 낮았다.
선거 초반 분위기를 읽은 듯 다카이치 전 장관은 이날 강경 발언을 쏟아내며 세 결집을 시도했다. 연설 시간 15분 중 절반 가까이 외국인 규제 필요성을 주장했다. 배외주의에 동조하는 강성 보수층 표심을 공략한 것이다. 그는 일본인을 '정의'로, 외국인을 '부정의'로 표현하며 "우리의 공평과 불공평, 정의와 부정의라는 감각을 무너트리는 일들이 외국인 증가로 여러 곳에서 나오고 있다"며 "부정의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국인 고용 보조금 제도와 우후죽순 늘어난 태양광 패널을 문제 사례로 지목하며 "일본을 다시 깨끗하게 세탁하겠다. 대청소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쿄= 류호 특파원 ho@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