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자 우위 전력기기 시장 호황에 관세 리스크 무색
구조적 수요 개선 상당기간 지속…장기간 성장세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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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관세 파고 속에서 HD현대일렉트릭이 질주하고 있다. 북미 지역의 전력망 교체 수요가 트럼프 정부의 관세 공세를 압도했다는 평가다. 높은 기술력과 함께 노후 전력망 교체, 데이터센터 확충, 신재생 확대라는 구조적 수요가 맞물린 결과로 우호적인 여건 덕분에 장기적인 성장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점쳐진다.
관세 장벽에도 이어진 대규모 수주
HD현대일렉트릭 미국 앨라바마 법인 전경./사진=HD현대일렉트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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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일렉트릭은 최근 미국 텍사스 최대 전력사와 2778억원 규모의 765kV 초고압 변압기·리액터 24대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단일 계약 기준으로 창사 이래 최대 규모다. 공급은 2029년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지난달 전력기기업계는 고율 관세 적용으로 긴장감이 돌았다. 미국 상무부가 철강·알루미늄 파생제품 407개 품목에 대해 최대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한국산 변압기도 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세는 실질적인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변압기 원가에서 철강이 차지하는 비중은 30% 남짓이라 관세를 단순 적용해도 실제 부담은 15~20% 수준에 불과하다. 더 중요한 요인은 공급 구조다. 초고압 변압기를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세계적으로 손에 꼽히고 미국 내 생산 기반도 사실상 없다. 수요가 워낙 압도적이다 보니 관세가 붙더라도 미국 전력사들은 결국 한국산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HD현대일렉트릭 관계자는 "765kV 변압기는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는 만큼 세계적으로 소수의 기업만 생산할 수 있다"며 "이번 수주로 북미 초고압 송전망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 추가 수주로 이어지도록 노력할 것"라고 말했다.
구조적 수요 상당 기간 지속
HD현대일렉트릭 수주 현황./그래픽=비즈워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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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일렉트릭의 수주 행진은 상당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은 국토가 넓은 데다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수요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장거리 송전망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전력망의 70%가 1960년대에 구축된 노후 설비라 교체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산업 확장과 데이터센터 증설, 신재생 확대까지 겹치며 초고압 송전 설비 도입 압박이 커지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이러한 구조적 수요를 뒷받침 삼아 북미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왔다. 울산 본사 공장에서 초고압 변압기를 생산하고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는 중형급 제품을 담당하는 투트랙 전략을 운영 중이다. 여기에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현지 증설 투자도 진행하고 있다.
구조적 수요와 현지화 전략이 맞물리며 수주 흐름도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회사의 수주잔고는 올해 상반기 기준 65억5000만 달러로, 2021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북미 시장 신규 수주만 상반기에 11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북미 전력기기 시장은 여전히 공급자 우위 상황이어서 장기적으로는 관세가 판가 인상의 명분이 될 수 있고 현지 공장의 수익성 개선에도 긍정적"이라며 "현재 호황기는 상당 기간 이어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초고압 제품은 생산능력 확장이 쉽지 않고 숙련 인력 확보에도 시간이 걸리는 만큼 공급 부족은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며 "해외 경쟁사들도 증설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는 만큼 에너지 전환과 전기화 흐름에 따른 구조적 수요 개선도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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