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 위치한 유엔(UN) 본부에서 회담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 뉴욕/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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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입장 변화를 “큰 변화(big shift)”라고 평가하며 “조금 놀랐다”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각)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대화는 긍정적이었다. 이제 트럼프 대통령도 단순히 영토를 맞바꾸는 건 정의롭지 않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두 정상은 이날 유엔 총회 정상급 회담의 부대 일정으로 뉴욕에서 만나 양자 회담을 가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유럽연합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재정적 지원이 있다면, 우크라이나는 자국 영토 전부를 원래대로 되찾고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평화를 위해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양보해야 한다던 과거 발언에서 180도 달라진 입장이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양자 회담 뒤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과 어떻게 평화를 가져올지 얘기를 나눴다. 우리는 몇 가지 좋은 아이디어에 대해 논의했고, 그것들이 작동하기를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전보다 훨씬 많은 세부사항을 알고 있다”며 “푸틴의 오랜 허위 정보에서 벗어나 사실에 기반한 보고를 받고 있다는 점이 감사하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이제는 나를 훨씬 더 신뢰하고 있다”며 “우리가 가까운 관계가 아니었던 건 어쩌면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제는 전화 통화도 자주 하고, 만남도 늘어나서 좋다”고 말했다. 그는 “푸틴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너무 자주 거짓말을 해왔다는 사실도 우리 관계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이날 양국 정상간 분위기는 과거와 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용감한 사람”이라고 칭찬하며, “우크라이나의 저항은 정말 대단하다. 사실상 경이롭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에서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러시아 경제가 약화됐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최근 나토 영공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난 러시아 드론 및 항공기 침입을 푸틴의 전쟁 확장 신호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직후 기자들에게 “푸틴을 여전히 신뢰하는지 여부는 약 한 달 후에 말하겠다”고 밝혔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