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지난해 5월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중국이 앞으로 세계무역기구(WTO) 협상에서 개발도상국에 적용되는 특별대우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국제사회에서 지도력 강화를 노리는 중국이 자신들의 개도국 지위를 문제 삼아온 미국과의 무역협상에서 명분을 쌓기 위해 결정한 조치로 보인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세계개발구상(GDI) 고위급 회의에서 “중국은 책임 있는 주요 개도국으로서 현재와 미래의 WTO 협상에서 새로운 특별 대우를 추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리 총리는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에 머물고 있으며 GDI는 중국이 별도로 마련한 행사다.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WTO 사무총장은 엑스에서 중국의 결정은 “WTO 개혁을 위한 중요한 뉴스”라며 “수년간 노고의 결실이다. 이 문제에 관해 중국의 리더십에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WTO는 개도국에 환경 등의 규범 이행 유예, 무역 자유화 의무 완화, 기술·재정 지원, 농업·식량안보 등을 위한 보호조치 등의 특혜를 제공한다. 개도국 지위를 가늠하는 기준은 없으며 가입국이 스스로 선언을 통해 결정한다. 한국의 경우 1995년 WTO 가입 시 개도국으로 선언했으며 2019년 10월 개도국 지위를 공식 포기했다.
미국은 WTO가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개도국에 불공정한 특혜를 제공한다고 비판하며 세계 제2 경제대국인 중국이 개도국 지위를 완전히 포기하기를 요구해왔다. 중국의 개도국 지위를 이유로 WTO 개혁 논의도 사실상 거부했다.
중국은 개도국 지위를 포기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리청강 중국 무역담판대표 겸 상무부 부부장은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발표가 “국내외 정세를 고려해 내린 결정”이라면서 “중국의 개도국 지위와 정체성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리 부부장은 이번 선언은 “다자간 무역 체제를 확고히 수호하고 글로벌 개발 구상을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며 “무역과 투자 활성화에 활력과 자신감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무역 문제에서 개도국 지위는 유지하되 특혜를 포기함으로써 글로벌 사우스(남반구에 주로 있는 개도국)를 향해 중국이 개도국의 대변자이자 미국을 대신하는 세계 규범의 수호자라는 이미지를 더욱 강화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중국의 확고한 의지와 대국으로서의 책임감을 보여주는 조치”라고 자평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선언은 중국의 개도국 특혜가 부당하다고 분노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호의를 얻으려는 노력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 부회장은 이번 선언의 의미에 대해 “중국이 다자간 무역 체제에 지속적으로 헌신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며 이는 WTO에 대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미국과 극명한 대조를 이룰 것”이라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중국의 이번 발표가 “수년은 늦었다”며 “WTO 협상 의제가 부재하고 개혁 속도가 더딘 상황을 고려할 때 이번 발표는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실질적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주 3일 10분 뉴스 완전 정복! 내 메일함에 점선면 구독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