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9 (화)

    이슈 IT기업 이모저모

    구글 ‘제미나이’, 글로벌 이용자 5억명 돌파… 오픈AI 턱밑까지 추격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비즈

    구글 제미나이./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구글이 인공지능(AI) 모델 ‘제미나이(Gemini)’로 오픈AI ‘챗GPT’를 맹추격하고 있다. 제미나이는 최근 이미지 생성·합성 기능 ‘나노 바나나’를 탑재하면서 애플 앱스토어 무료 앱 1위에 올랐고, 전 세계 이용자 수는 5억명을 돌파하며 성장세를 입증했다. 이달 들어서는 요금제 다변화, 핵심 서비스 통합, 국제 학술 대회 성과까지 내놓으며 오픈AI ‘챗GPT’를 압박하고 있다.

    25일 AI 모델 통합 플랫폼 업체 베얼리AI(Bearly AI)에 따르면, 제미나이의 이달 전 세계 월간활성사용자(MAU)는 5억명을 돌파했다. 베얼리AI는 북미에서 챗GPT, 클로드, 제미나이 등 여러 인공지능 모델을 하나의 앱에서 동시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통합형 AI 서비스 기업이다. 앞서 구글은 지난해 말 내부 전략 회의에서 “2025년 제미나이 이용자 5억명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후 지난 7월 순다 피차이 최고경영자(CEO)가 4억5000만명 돌파를 공개했는데, 불과 두 달 만에 5억명에 도달하며 목표가 조기에 실현됐다.

    특히 지난달 도입된 이미지 편집 기능 ‘나노 바나나’가 제미나이 확산에 불을 붙였다. 여러 사진을 합성하거나 텍스트 명령으로 요소를 수정할 수 있는 이 기능은 출시 직후 1300만명의 신규 사용자를 끌어들였고, 사용자들이 업로드한 이미지 수가 5억장에 달했다. 조시 우드워드 구글 랩스 부사장은 “과도한 수요 때문에 일시적으로 사용 제한을 걸어야 했다”고 전했다.

    구글은 ‘AI 플러스(Plus)’ 요금제를 40여개국으로 확대 출시했다. 앞서 인도네시아에서 월 7만5000루피아(약 4.5달러) 수준으로 처음 선보인 뒤, 멕시코·네팔 등 일부 국가에서는 6개월간 50% 할인 혜택까지 제공하며 가격 문턱을 낮췄다. 기존 20달러 유료 구독제와 병행해 신흥국과 가격 민감도가 높은 시장을 겨냥한 전략이다. 인도에서는 대학생에게 연 1만9500루피아 상당의 유료 구독을 무료로 제공해 젊은층 공략에도 속도를 냈다. 저가형 구독과 학생 무상 혜택을 동시에 내세운 이 같은 가격 전략은 챗GPT의 ‘Go’ 요금제와 정면으로 맞붙으며 양사의 유료 구독 경쟁을 격화시키고 있다.

    기존 제품 간 통합 전략도 강화됐다. 구글은 지난 18일(현지시간) 공식 블로그를 통해 웹 브라우저 크롬에 제미나이를 본격 적용한다고 밝혔다. 사용자는 별도의 유료 요금제를 구독하지 않아도 크롬에서 웹페이지 요약, 전문 용어 해설, 탭 간 정보 통합 등 AI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구글 문서, 캘린더, 유튜브 등 자사 서비스와의 연결도 강화돼 개인 맞춤형 명령 수행이 가능하다. 크롬은 전 세계 브라우저 시장에서 70%에 육박하는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인터넷 접속의 첫 관문인 브라우저에 AI를 내장함으로써, 구글은 검색 지배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사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 학습 고도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술적 성과도 이어졌다. 구글 딥마인드의 ‘제미나이 2.5 딥싱크’는 이달 4일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세계 대학생 프로그래밍 대회(ICPC) 결승전에서 12문제 중 10문제를 해결해 금메달 수준의 성적을 거뒀다. 지난 7월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에서 금메달 성능을 기록한 지 두 달 만에 또다시 학술 무대에서 실력을 증명한 것이다. 특히 대학팀 중 어느 곳도 풀지 못한 난제를 단독으로 해결하며 복잡한 최적화 문제에 대한 추론 능력을 입증했다. 업계에선 제미나이가 의약품 설계, 반도체 개발 같은 복잡한 과학적 과제 해결에서도 협업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제미나이의 이 같은 성과는 오픈AI에 대한 압박으로 다가가고 있다. 챗GPT는 여전히 약 6억명 수준의 MAU와 하루 25억건 이상의 프롬프트 사용량을 기록하며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제미나이가 빠른 속도로 격차를 좁히고 있기 때문이다.

    AI 업계 전반에서도 경쟁 구도가 다극화되는 모습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최근 자사 업무용 AI 비서 ‘코파일럿’에 앤트로픽의 모델을 탑재해 오픈AI 의존도를 줄이려는 행보에 나섰다. 오픈AI 출신이 세운 앤트로픽은 클로드 모델을 앞세워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이번 협력은 MS-오픈AI 협력 구도를 흔드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퍼플렉시티는 인도 시장에서 애플 앱스토어 1위를 기록하며 새로운 도전자로 떠올랐다.

    IT업계 관계자는 “구글은 검색과 브라우저를 통해 데이터를 흡수할 수 있는 구조적 강점이 있고, 오픈AI는 MS 생태계와 초기 시장 선점 효과를 바탕으로 어느 한쪽이 쉽게 밀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제미나이의 성장세를 감안하면 글로벌 시장이 구글과 오픈AI 중심의 양강 체제로 굳어지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이경탁 기자(kt87@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