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교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6일 청주 엔포드호텔에서 열린 시도교육감들과의 간담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이번 간담회는 최 장관과 시도교육감들이 처음 만나는 자리로, 고교학점제와 관련한 시도교육청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마련됐다. 교육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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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고교학점제로 인한 교사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학업 성취율이 낮은 학생에 대한 보충 지도 시간을 줄이고, 학점 이수 기준도 선택 과목에 대해서는 출석률만을 기준으로 하는 방안까지 국가교육위원회에 제안하기로 했다. 또 고교학점제 지원 등을 위해 내년도 신규 중등 교원 채용도 전년보다 1600여명 늘리기로 했다.
현장 의견을 반영한 조치지만, 정부 개선안이 교사 부담 완화에 방점이 찍히면서 학생의 수업 선택권과 학교 책무성을 강화한다는 본래 취지는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예견됐던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은 채 제도를 도입한 탓에 학생들이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게 됐다.
교육부는 25일 고교학점제 개선방안을 발표하며 최소성취수준 보장 지도(최성보) 운영을 유연화하겠다고 밝혔다. 현재는 과목별로 40% 이상의 학업성취율과 3분의 2 이상의 출석률을 충족해야 한다. 이 기준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에 대해서 교사는 1학점당 5시수 보충 지도를 해줘야 하는데, 이것이 교사의 업무를 과중하게 하고 형식적 지도에 그친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아예 미도달 학생이 나오지 않도록 수행평가 기본점수를 높게 준다는 일종의 편법도 논란이 됐다.
교육부는 우선 1학점당 보충지도 시수를 현행 5시수에서 3시수 이상으로 줄이기로 했다. 4학점짜리 과목에 대한 보충지도는 현행 20시간에서 12시간으로 줄어든다. 구체적인 운영 방식은 교육감과 개별 학교가 자율적으로 정해 운영하게 된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 과목 이수 기준 완화에 대한 논의는 교육과정 개정 권한을 가진 국가교육위원회에 두 가지 안을 제시하고 결정을 일임하기로 했다. 첫 번째 안은 공통과목에 대해선 현행 출석률과 학업성취율 기준을 유지하되 선택과목에 대해선 출석률만 적용하는 방식이다. 두 번째 안은 공통·선택과목 모두 출석률만 적용하는 안이다. 교육부가 이수 기준에 대한 결정을 국가교육위원회로 넘긴 것이다. 학업성취율 없이 출석률로만 이수 여부를 판단하면 학교가 학생을 책임지고 지도한다는 책무성은 약화된다.
고교학점제의 원활한 시행을 위해 가장 근본적 대책에 해당하는 교원도 늘려 뽑기로 했다. 최교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시도부교육감 회의에서 “온라인학교 및 공동 교육과정 운영을 위한 2026학년도 교원 정원을 긴급 추가 확보해 각 시도에 배정할 것”이라며 “10월 1일 중등교원 공고가 있을 예정인데 이번 정원 추가 확보분과 시도별 상황을 반영해 전년 대비 약 1600명 증가한 7100여명의 중등 교원 신규 채용이 있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출결 관리 방식과 학교생활기록부(생기부) 기재 분량도 공통과목의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기재 분량을 현재 1000자에서 500자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내놓은 개선안은 대부분 예견됐던 문제점들을 보완하는 내용이어서, 정부가 충분한 준비 없이 제도를 도입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제 최성보에 대한 문제점은 3년 전부터 예고됐었다. 2022년 7월 고교학점제 점검 추진단의 점검 과제에는 ‘책임지도 및 미이수제 운영 방안’ ‘고교학점제 운영 여건 구축’ 등이 담겨있었지만 그해 연말까지 대책이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다. 2020년 마이스터고를 시작으로 고교학점제가 단계적으로 도입된 이후에는 지역·학교 규모 간 과목 선택권 격차와 교·강사 수급 어려움이 꾸준히 지적되기도 했다.
교육부가 내놓은 개선방안은 교원의 부담 경감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학생들이 받는 교육의 질에 대한 고민은 빠져있다는 지적도 있다. 교육부는 출석률에 도달하지 못하는 학생들의 추가학습은 100% 온라인으로라도 운영할 수 있도록 최성보 기준을 완화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대면 출석도 어려워하는 학생들이라면 온라인 수업을 제대로 들을지 미지수다.
교육부는 읍면·도서 지역 소재 학교에서 강사를 채용할 수 있도록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지역에선 강사풀 자체가 부족하다. 또한 농어촌 거주 지역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는 온라인수업 확대 방침을 밝혔지만 온라인 수업이 근본적으로 갖는 한계도 있다. 부산의 한 고등학교 교사 A씨는 “온라인학교를 늘리겠다고 하지만 과학 실험 같은 수업을 현장에서 직접 하는 학생들과 온라인으로만 듣는 학생들과 똑같은 질의 수업을 들었다고 할 순 없다”고 말했다.
개선방안에 대한 교육 단체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교사노조·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 3개 교원단체는 “학생 낙인이나 학교 이탈을 부추기는 등 역효과를 불러온 미이수제와 최성보는 완전히 폐지돼야 한다”고 했다. 반면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등 17개 단체는 “고교학점제의 핵심은 학생의 성취를 존중하고 평가하는 데 있음을 잊어선 안 될 것”이라며 “학점 이수 과정에서 학업성취율을 반영하지 않게 된다면 고교학점제의 근간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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