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금융 지각변동
국내 1위 간편결제 서비스 네이버페이와 세계 3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가 ‘원팀’이 되려 한다. 간편결제와 블록체인을 결합하는 한국판 ‘핀테크 빅딜’을 통해서다. 지난해 3월 네이버 이사회 의장으로 복귀한 이해진 창업자가 글로벌 디지털 자산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다.
25일 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페이 운영사 네이버파이낸셜은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를 100% 자회사로 편입하는 포괄적 주식교환을 추진하고 있다. 포괄적 주식교환이란 두 회사가 서로 주식을 맞바꿔 한쪽이 다른 쪽 지분 100%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합병처럼 법인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기존 회사들은 그대로 두고 지배·종속 구조만 새로 짜는 게 특징이다.
업계에선 네이버파이낸셜이 신주를 발행해 두나무 주주들에게 나눠주고, 그 대가로 두나무 주식을 모두 넘겨받아 100%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식의 거래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의 최대주주가 네이버(75% 보유)이기 때문에, 실제 거래가 성사되면 네이버→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로 이어지는 수직 계열 구조가 만들어진다. 네이버는 이날 공시를 통해 “주식 교환을 포함한 다양한 협력을 논의하고 있지만, 추가 협력 사항이나 방식은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이르면 다음달 열릴 이사회에서 이 안건이 논의될 전망이다. 이날 네이버 주가는 11.4% 급등했다.
두나무는 공동창업자인 송치형 회장과 김형년 부회장이 각각 25.53%, 13.11%의 지분을 갖고 있다. 거래가 성사되면 두 사람은 신주를 받아 네이버파이낸셜의 주요 주주가 되고, 경영은 기존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두나무가 네이버파이낸셜의 자회사가 되면 네이버의 결제·유통 채널을 확보할 수 있다. 두나무는 이달 초 자체 웹3 기반 블록체인 인프라인 기와(GIWA) 체인과 기와 월렛을 공개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법정화폐 등에 연동해 가격 변동성을 줄이고 안정적인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한 암호화폐)의 발행과 관리, 결제 연계에 필수적인 기술적 토대 역할을 한다. 네이버의 방대한 사용자 기반과 두나무의 블록체인 인프라가 결합하면,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디지털 금융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또 그동안 따라붙던 지배구조 리스크도 상당 부분 덜 수 있다. 두나무는 비상장사로 공동창업자와 소수 대주주 중심의 지분 구조 탓에 경영 투명성과 이해상충 문제가 꾸준히 지적돼 왔다. 하지만 네이버파이낸셜 산하로 편입되면 그룹 차원의 내부통제와 감사·리스크 관리 체계가 적용돼 투명성이 높아지고, 규제 대응도 체계화될 수 있다.
글로벌 사업을 본격화한 네이버 입장에서도 디지털 자산은 기존 쇼핑·콘텐트·페이 생태계를 하나로 묶어낼 새로운 성장축이 될 수 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은 국경을 넘어서는 결제와 송금을 가능하게 해, 네이버가 이미 확보한 글로벌 사용자 기반을 금융 영역으로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결제-송금-투자-블록체인 네트워크를 모두 갖출 수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 핀테크 공룡들과 경쟁할 규모가 된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남은 관건은 규제와 지분 구조다. 금융당국의 승인 절차도 넘어야 한다. 또 두나무의 기업가치가 더 크다는 점을 고려한 주식 교환 비율 산정도 변수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스테이블코인은 이미 디지털 통화이자 결제 수단으로, 금융 송금이나 무역결제까지 확장될 수 있다”며 “이런 흐름이 강화되면 블록체인과 핀테크의 만남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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