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미나이 로보틱스 1.5가 적용된 로봇 아폴로가 연구자의 명령에 따라 짐을 싸기 전 생각하는 모습. 사진=구글 동영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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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인간처럼 계획하고 추론하는 로봇 AI(인공지능) 모델을 공개했다. 단순히 사람 명령을 따르는 수준을 넘어 알아서 상황을 이해하고 행동하는 능력을 갖췄다. 다양한 상황에 대한 적응력이 높아지면서 로봇의 일상화·상용화에 한발 다가섰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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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야
구글의 AI 조직 딥마인드는 24일(현지시간) 스스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로봇 AI 모델 ‘제미나이 로보틱스 1.5’를 공개했다. 모델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로보틱스 1.5’는 물체를 인식하고(시각) 지시를 이해해(언어) 이를 물리적 동작(행동)으로 옮기는 VLA(시각·언어·행동) 모델이고, ‘로보틱스 ER 1.5’는 계획과 추론을 통해 명령을 완수하는 모델이다. 두 모델은 모두 제미나이 기반으로 구축됐고, 각자 역할에 특화되도록 서로 다른 데이터셋으로 학습됐다. “두 모델이 결합했을 때 다양한 환경에서 로봇의 적응력이 크게 향상된다”는 것이 구글 측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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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의미야
지난 3월 ‘제미나이 로보틱스 1.0’ 첫 공개 후 반년 만에 이뤄진 업데이트다. 구글은 이번 모델이 15개 벤치마크에서 동종 모델 대비 최고 성능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벤치마크 테스트 점수를 더한 종합 점수에서 제미나이 로보틱스 ER 1.5는 62.8점을 받았는데, 오픈AI의 챗GPT-5(60.6점) GPT-5미니(57.3점)보다 높았다. 6개월 전 공개한 1.0 버전과 비교했을 때, 8.6점 올랐다.
이전 버전은 한 번의 명령에 단일 작업만 가능했다면, 이제는 다단계 작업을 스스로 처리할 수 있는 수준으로 진화했다. 캐롤리나 파라다 구글 딥마인드 수석 디렉터는 “지금까지는 한 번에 하나의 지시를 수행했다면 이제는 물리적 과제에 대한 이해와 복잡한 다단계 문제를 해결하는 단계로 나아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추론 모델 ‘제미나이 로보틱스-ER 1.5’와 VLA 모델 ‘제미나이 로보틱스 1.5’가 어떻게 상호 보완적으로 작동하고 실제 물리적 세계에서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는지를 보여주는 다이어그램. 사진 구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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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할 수 있어?
이날 구글이 공개한 영상에서 시연자가 런던 여행을 위해 모자를 가방에 넣어달라 요청하자, 로봇은 비 예보를 확인해 우산을 함께 챙겨 넣었다. 또 책상 위 과일 껍질과 캔 등을 분류해달라는 지시에, 로봇은 자신이 샌프란시스코에 있음을 인식하고 웹에서 재활용 관련 규정을 검색해 쓰레기를 올바르게 분류했다.
제미나이 로보틱스 1.5가 적용된 양팔 로봇 알로하가 분리수거를 하고 있는 장면. 사진=구글 동영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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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는 로봇마다 형태·크기·감지 능력·자유도가 달라, 한 로봇이 배운 동작을 다른 로봇에 그대로 적용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러나 구글은 제미나이 로보틱스 1.5를 통해 학습한 동작을 서로 다른 로봇에 전이(transfer)하는 데 성공했다. 구글은 자사 양손 로봇 알로하2에서 훈련된 모델을 앱트로닉의 휴머노이드 ‘아폴로’와 양손 로봇 ‘프랭카’에 적용했을 때 동일하게 작동했으며, 그 반대도 가능했다고 밝혔다. 서로 다른 몸체에 같은 지능을 입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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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중요해
로봇이 단순히 인간의 명령을 따르는 것을 넘어, 실제 상황에서 사고하고 추론해 임무를 수행한다는 점에서 로봇의 일상화에 한 걸음 다가섰다는 평가다. 구글은 “제미나이 로보틱스 1.5는 물리적 세계에서 AGI(범용 인공지능)를 실현해 나가는 여정의 중요한 이정표”라면서 “사고·계획·일반화까지 가능한 에이전트형 능력을 도입해, 궁극적으로는 우리 삶 속에서 더 유용하고 자연스럽게 통합되는 로봇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글이 추론 능력을 발전시킨 로봇 모델을 공개했다는 소식 이후 26일 장 초반 국내 로봇 관련 종목의 주가가 오르기도 했다.
현재 구글은 ‘로보틱스 ER 1.5’를 개발자용 API로 공개했으며, ‘로보틱스 1.5’는 파트너사와 공동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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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상용화까지는 여전히 과제가 남아 있다. 로봇이 오류 없이 작동할 수 있게 해야하고, 인간 수준 속도·반응도 필요하다. 빨래 개기나 신발 끈 묶기 같은 정밀 작업을 위한 손재주 등도 개선 과제다. 현재 구글은 ‘로보틱스 ER 1.5’를 개발자용 API로 공개했으며, ‘로보틱스 1.5’는 파트너사와 공동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 팩플: 휴머노이드 시대의 개척자들
올해부터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에서 심상찮은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어떤 회사는 공장에 휴머노이드를 투입해 하루 여덟 시간씩 같은 동작을 반복하게 하고, 또 다른 회사는 직원 거실에 로봇을 들여보내 청소와 빨래를 시킨다.개발 단계에 머물던 로봇이 어느새 일상 속으로 스며들기 시작한 것.
이 흐름의 최전선에는 미국과 중국이 있다. 방식은 달라도 목표는 같다. 휴머노이드를 산업과 생활 인프라에 뿌리내리는 것. 팩플은 미국과 중국 현장에서 만난 휴머노이드 개척자들의 이야기를 시리즈로 전한다.
①[미국편] “새우 까게 하는 게 최종 목표” 집안일 로봇 만든 그 CEO 누구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68872
②[중국편] 미국 챗GPT 나오자 각성했다…“휴머노이드 세일” 중국 노림수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69933
김혜미 디자이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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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환희 기자 eo.hwa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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