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WTO 규범국장 “품목 관세 확대 가능”
“대법 판결에 한계… 韓, 합의안 찾아야”
제시 크라이어 미국 조지타운대 법학 교수가 25일 미 워싱턴 한미의회교류센터에서 열린 라운드테이블 행사에 패널로 참석해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워싱턴=권경성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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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국가별 관세)가 위법이라 판단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관세 부과 근거로 쓸 수 있는 법적 대안이 충분하다는 미국 전문가의 분석이 나왔다. 그는 ‘자유 무역’ 회복을 기대하며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세 합의를 미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무역법 전문가로 세계무역기구(WTO) 규범국장을 지낸 제시 크라이어 미국 조지타운대 법학 교수는 25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한미의회교류센터에서 열린 라운드테이블 행사에 패널로 참석, 대법원이 1, 2심과 마찬가지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은 관세 부과 근거로 사용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리더라도 트럼프 행정부가 대체 수단을 금세 찾아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크라이어 교수가 대표적인 예로 거론한 법 조항은 무역확장법 232조다. 해당 조항은 국가 안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품목의 수입을 제한할 수 있는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 권한을 활용해 이미 자동차와 철강 등에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크라이어 교수는 “232조에 따른 품목 관세를 폭넓게 적용하면 IEEPA를 동원하는 것과 정확히 같은 결과를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 1월 취임 직후 IEEPA를 활용해 펜타닐(합성 마약)의 미국 유입 차단 유도를 명목으로 중국과 캐나다, 멕시코에 관세를 매겼고, 4월 초 전 세계를 상대로 상호관세를 물리겠다고 선언한 뒤 8월 7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무역확장법 232조가 더 확실한 관세 부과 근거가 될 수 있는데도 IEEPA를 먼저 들고나온 것은 조사 절차가 필요 없어 당장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었으리라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크라이어 교수는 품목 관세의 세율이 상호관세보다 더 높을 수 있다고 봤다. 그는 “현재 (다양한 품목을 대상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진행 중인 232조 (조사) 절차들이 완료될 때쯤이면 사람들이 상호관세를 유지하기 위해 필사적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25일 미국 워싱턴 한미의회교류센터에서 제시 크라이어 미 조지타운대 법학 교수가 패널로 참석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상호관세 소송 영향 관련 라운드테이블 행사가 열리고 있다. 한미의회교류센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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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확장법 232조가 전부가 아니다. 크라이어 교수는 외국 정부의 불공정 무역에 대한 보복 조치를 가능하게 하는 무역법 301조, 국제수지 문제 해결을 위해 고안된 무역법 112조도 관세 부과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대법의 결론이 무엇이든 트럼프 대통령 집권기에 관세는 건재할 것이라는 뜻이다. 크라이어 교수는 “전 세계와의 무역 관계를 바꾸겠다고 마음먹은 대통령이 활용할 수 있는 도구는 굉장히 다양하다”며 “미국이 20년 전은 물론 4년 전 수준의 개방 경제로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그런 만큼 현실을 받아들이고 대비하라는 게 크라이어 교수의 조언이다. 그는 “한국은 실용적인 차원에서 어떤 형태로든 협상 가능한 합의안을 찾는 게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대법은 상호관세에 법적 근거가 있는지를 최종 판단하기 위한 심리를 11월 5일 시작한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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