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프리미엄’ 제네시스 큰 타격
투싼이 티구안·CR-V보다 가격 높아질 수도
현대차그룹 매달 7000억원대 관세 부담
[헤럴드경제=권남근 기자]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는 제네시스 G80의 미 판매가격이 25% 관세로 BMW 530i, 아우디 A6보다 비싸지면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이 일본에 이어 유럽연합(EU)과도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추는 것을 확정하면서 미국에서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일본, 유럽 브랜드와 경쟁하던 현대차그룹 등 한국 자동차 업계에는 타격이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제네시스 브랜드 기술 홍보 영상 ‘테크놀로지 바이 제네시스’에서 다양한 첨단 주행 기술이 소개되고 있다. [제네시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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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지난 24일(현지시간) 유럽산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율을 27.5%에서 15%로 내리는 조정을 확정했다. 일본산 자동차 관세는 지난 16일부터 역시 15%로 낮췄으나 한국은 관세 협상 후속 협의에 난항을 겪으면서 25% 관세를 계속 적용받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미국에서 지난 4월부터 반년 가까이 25% 고율 관세를 물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내 프리미엄 브랜드 시장에서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등과 경쟁해 왔던 제네시스의 경우 관세 차별로 피해가 점쳐진다. 미 시장에서 제네시스 G80의 경우 5만8450달러에 판매돼 벤츠 E350(6만3900달러), BMW 530i(5만9900달러), 아우디 A6(5만8100달러)보다 저렴하거나 비슷한 가격이다. 다만 관세가 모두 반영되면 G80은 7만3062달러가 돼 E350(7만3485달러)과 수백달러만 차이 나게 되고, 530i(6만8885달러), A6(6만6815달러)보다 수천달러가 비싸진다.
BMW 중형 세단 5시리즈 전동화 모델(왼쪽)과 내연기관 모델이 도로를 달리고 있다. [BMW 코리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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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는 GV70을 제외하면 미국 내 판매 모델을 한국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만큼 관세를 피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유럽은 벤츠와 BMW, 아우디 등 프리미엄 브랜드가 대미 수출을 주도하고 있어 관세율 격차는 제네시스에 더욱 악재로 다가올 수 있다.
아우디 전기 세단 ‘더 뉴 아우디 A6 e-트론’ 외관 [아우디 코리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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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동차 업계는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픽업트럭 외의 모든 차량을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해 왔고, 일본과 유럽 업체들은 기본 관세인 2.5%를 물어 왔으나 상황이 역전됐다. 유럽은 지난해 기준 미국에 차량 75만8000대를 수출해 한국(143만대), 일본(137만대)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수출 단가가 높은 모델이 많아 수출액은 약 64조원으로 한국(48조원), 일본(56조원)보다 컸다.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는 모습.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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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차종 역시 마찬가지다. 현대차의 미국 베스트셀링 모델인 투싼은 최소 판매가가 2만9200달러(약 4121만원)로, 경쟁 차종인 독일 폭스바겐 티구안(3만245달러·4268만원)과 일본 도요타 라브4(2만9800달러·4205만원), 혼다 CR-V(3만920달러·4364만원)보다 1000달러 이상 가격이 낮다. 다만 현대차가 25% 관세를 가격에 반영할 경우 투싼은 3만6500달러로 뛸 수 있다. 15% 인상을 가정한 티구안(3만4782달러), 라브4(3만4270달러), CR-V(3만5558달러)보다 모두 비싸지며 소비자 선택이 옮겨갈 수 있다.
현대차 준중형 SUV 투싼 [현대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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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미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현대차그룹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아이오닉5는 기본 가격이 4만2600달러로 비슷한 급의 폭스바겐 ID.4(4만5095달러)보다 낮은 가격대에 팔리고 있지만 관세 격차가 반영될 경우 5만3250달러, 5만1859달러로 가격 역전 현상이 발생한다.
현대차그룹은 관세 부과가 미국 내 차량 판매가 인상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국만 25% 관세를 부과받는 상황이 길어질수록 수익 악영향이 심화하는 가운데 관세를 그대로 떠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현대차·기아는 지난 2분기 관세 영향으로 합산 1조6142억원의 영업이익 손실을 봤다. 현 수준 관세가 지속되면 현대차·기아가 매달 7000억원 가량의 관세 부담을 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 진단이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올해 상반기 수익성 측면에서 독일 폭스바겐그룹을 제치고 글로벌 ‘톱2’에 올랐던 현대차그룹의 입지도 위협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상반기 영업이익 13조86억원을 기록해 같은 기간 영업이익 67억700만유로(약 11조467억원)를 거둔 폭스바겐그룹을 처음 뛰어넘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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