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동맹 지원보다 무역협상 우선 우려"
시진핑(가운데) 중국 국가주석이 24일 신장웨이우얼 자치구 우루무치에서 열린 자치구 설립 7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우루무치=신화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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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미국이 대만 독립에 '반대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히도록 압박하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중 정상회담의 성공적인 성사를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시 주석이 대만 정책에서 미국의 전향적인 입장을 끌어내려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WSJ는 이날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와의 고위급 교류 무대를 마련한 시 주석은 미국의 '대만 정책 변화'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며 "시 주석은 미국이 대만 독립에 '반대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히도록 압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10월 한국 경주에서 개막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만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에 "시 주석과 한국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서 만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그동안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가 채택한 "미국은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에 만족하지 못했다. 미국이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은 '반대한다'는 것보다 소극적인 표현으로, 실제 미 행정부는 대만에 대한 정치·군사적 지원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시 주석은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미국이 대만 독립을 반대한다'라는 입장을 받아내, 대만 정책에서 중국과 적극 공조하겠다는 미국의 확약을 얻어내려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중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최근 중국에 우호적인 제스처를 취해왔다. 11월까지 관세전쟁 휴전을 연장한 미중 양국은 지난 14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4차 무역협상에 돌입한 뒤 2년간 끌어온 중국산 SNS 틱톡의 미국 내 사업권 매각문제에 합의점을 찾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대만에 대한 4억 달러(약 5,581억 원) 규모의 군사 지원 승인을 최근 거부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대만 정책에서도 미국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중국의 판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미국이 군사적으로 개입할지에 대해서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8월 미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시 주석이 내 임기 중에는 대만을 침공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힌 것이 전부다. 대신 라이칭더 대만 총통의 미국 경유를 거부했다. WSJ는 "미국이 대만 지원보다 중국과의 무역 협상을 우선시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불러일으켰다"고 분석했다.
미국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윤선 중국 프로그램 디렉터는 "미국의 대만 정책 변화는 하루아침에 일어나지 않는다"며 "중국은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압박을 가해 조금씩 전진하고, 그 과정에서 미국의 대만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려 할 것"이라고 WSJ에 전했다.
실리콘밸리= 박지연 특파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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