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러 '애국블록'은 24%대 득표율
사이버 공격·폭탄 협박 등 방해 시도도
28일 몰도바 키시너우의 한 투표소에서 국회의원 선거가 진행되고 있다. 키시너우=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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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에 인접한 소국 몰도바가 유럽과의 협력을 선택했다. 러시아의 개입 논란 속에서 치러진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마이라 산두 대통령이 이끄는 친(親)유럽 성향의 집권 행동연대당(PAS)이 승리를 거두면서다. 유럽연합(EU) 가입 추진 등 PAS의 유럽 밀착 정책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지만, 국내 친(親)러시아 성향 주민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로이터통신은 29일(현지시간) 전날 진행된 몰도바 국회의원 총선거의 개표가 99.5% 진행된 상황에서, 집권여당인 PAS가 총투표 수의 50.03%를 얻으며 1위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PAS에 맞서 몰도바의 미래당, 사회주의자당, 공산당 등 친러시아 성향 야당들이 연합한 '애국 블록'은 총 24.26%의 지지를 받았다. 또 다른 친유럽 정당 연합인 '대안 블록'과 포퓰리스트 '우리 당'도 각각 8%, 6.2%로 뒤를 이으며 의회 진출을 확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몰도바 의회는 모든 의석을 비례대표제에 따라 득표 비율에 근거해 분배한다.
선거 결과에 따라 PAS는 의회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단독 내각을 수립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여론조사에서 PAS가 원내 1당을 차지하면서도 과반을 잃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던 것을 고려하면 예상 외의 선전이다. 다만 몰도바 싱크탱크 '워치독'의 분석가 안드레이 쿠라라루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PAS가 통계적으로 과반을 확보하긴 했지만, 이는 불안정한 숫자라며 안정적인 정부 운영이 가능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는 향후 몰도바의 외교적 행방을 결정할 중요 갈림길로 꼽혀왔다. 몰도바는 1991년 소련 붕괴 당시 독립했는데, 최근 친유럽과 친러 정부가 번갈아 집권하며 정치적 불안정이 이어져왔다. 2020년 집권한 산두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몰도바의 EU 가입을 헌법에 명기하는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쳐 통과시켰는데, 당시 찬성과 반대 표 차이가 1%에 못 미쳤을 정도로 국내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투표 직전인 지난 22일 몰도바 당국이 러시아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대규모 폭동과 관련해 74명을 체포하고, 26일에는 러시아와의 연관성을 이유로 '몰도바의 심장당' 후보 출마가 금지되면서 진영 간 갈등은 극에 달한 상황이다.
실제 선거 과정에서 러시아의 개입 정황도 드러났다. 스타니슬라브 세크리에루 몰도바 대통령실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국가 선거 관리 시스템에 대한 사이버 공격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브뤼셀 등 국외 투표소 일부에서는 폭탄을 설치했다는 협박 전화도 걸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로이터는 지난 9월 러시아가 몰도바 내 러시아 정교회 사제단을 회유해 선거 개입을 시도한 정황을 보도하기도 했다. 다만 러시아는 이러한 의혹 제기에 "전혀 근거 없는 일"이라며 부인하고 있다.
이정혁 기자 dinn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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