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관계자는 또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동안 김정은과 한반도를 안정화시키는 세 차례의 역사적 정상회담을 가졌다”고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은 2018년 6월 싱가포르,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만나 양자 정상회담을 했고,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3자 회동을 가졌다.
백악관은 또 “미국의 대북 정책은 변함이 없다”고도 했다. ‘북한 비핵화’를 추구하는 미국의 일관된 원칙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백악관이 지난주 같은 취지의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방안으로 김정은과의 대화에 열려 있다”고 한 것과 견주어 보면 뉘앙스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백악관이 이번 답변에서 ‘북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것은 북ㆍ미 대화 무드 조성을 위해 용어 선택에 신중을 기한 결과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비핵화 목표를 일관되게 유지하되 이를 북ㆍ미 대화의 선결 조건으로 내걸지는 않겠다는 취지 아니냐는 것이다. 비핵화 전제 협상보다는 대화 재개 자체에 주안점을 두겠다는 의미일 수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약 800명의 장성이 소집된 전군 지휘관 회의에서 “미국의 핵무기를 더욱 업그레이드할 것”이라고 했다. “지금 핵무기 보유량의 20분의 1만 있어도 엄청난 피해를 줄 수 있다”며 미국의 압도적 핵전력을 부각하기도 했다. ‘힘을 통한 평화’로 상징되는 기존 외교안보 노선을 재확인하면서도 비핵화 전제 조건을 내려놓음으로써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 놓는 유연성을 보인 대목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최근 연이어 ‘비핵화는 없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밝히면서 ‘비핵화’가 빠진 북ㆍ미 대화에는 응할 수 있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히고 있다. 김선경 북한 외무성 부상은 전날 제80차 유엔총회 연설에서 “우리는 핵을 절대로 내려놓지 않을 것이며, 어떤 경우에도 이 입장을 철회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우리 나라를 존중하고 우호적으로 대하는 나라와는 교류ㆍ협력을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앞서 김정은은 지난달 21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 회의에서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 인정에 기초해 진정한 평화 공존을 바란다면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백악관이 전제조건 없는 대화에 열려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이달 말 한국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 ‘깜짝 북ㆍ미 정상회담’을 가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25일 이재명 대통령과의 한ㆍ미 정상회담에서 연내에 김정은을 만나고 싶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방송 인터뷰에서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북ㆍ미 대화 개최 여부 등과 관련해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준비를 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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