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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8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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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랙홀 주변에서 우주일식이 일어난다"…이공계 청년 작가의 상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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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 포스텍 SF 어워드' 수상작품집

    [신간] '대각선 논법'

    뉴스1

    [신간] '대각선 논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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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블랙홀 우주일식, 감정이 살아 숨 쉬는 행성, AI 기반 유언 시스템을 무대로 한 소설을 담아낸 '2025 포스텍 SF 어워드' 수상작품집이 출간됐다.

    대상 수상작 박건률의 '대각선 논법'은 블랙홀 주변에서 벌어지는 우주일식을 소재로 한다.

    이 작품은 우주와 신, 인간 존재의 의미를 묻는 작품은 다듬어지지 않은 채 화려하게 반짝이는 원석처럼 거칠면서도 강렬한 심상으로 독자를 압도한다. 심사위원들은 "최근 보기 힘든 큰 스케일과 세계관을 가진 소설"이라고 평가했다.

    책은 '대각선 논법'을 비롯해 국내 유일의 이공계 전공자 대상 공모전 '포스텍 SF 어워드' 수상작품을 묶었다. 과학기술적 통찰과 문학적 상상력이 교차하는 작품들은, SF가 단순한 장르적 재미를 넘어 학문적 사유와 인간 조건을 탐구하는 도구임을 입증한다.

    최우수상 이후영의 '감정의 땅'은 미개척 행성에 불시착한 양산인간 니므롯이 주인공이다. 특정 자기장이 특정 감정을 강화하는 행성에서 그는 두려움, 점유, 박애를 경험한다.

    주인공이 인간보다 아름다운 감정의 땅을 발견하는 여정은 인공지능과 인간 감정의 경계를 탐사한다. 심사평은 "흔한 소재를 개성적으로 다듬어 낸 모범적인 SF"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최우수상 김정수의 '확률적 유령의 유언'은 유산 상속극과 AI 기술을 결합했다. 죽은 아버지가 '확률적 유령'으로 되살아나 유언을 새로 쓰는 시대, 인간의 욕망과 배신, 화해가 드러난다.

    이 작품은 "재치 있고 유려한 문체로 미스터리를 엮었다"는 평을 받았다. 전형적인 설정을 기술적 장치와 접목해 독창적으로 풀어낸 점이 돋보였다.

    각 작품 뒤에는 작가 노트와 평론가 인터뷰가 실려 있다. 창작 동기와 세계관 설정 과정을 엿볼 수 있는 이 장치는 작품 이해를 돕고, 신진 작가의 문학적 가능성을 드러낸다.

    심사위원들은 '대각선 논법'의 발상을 "일종의 시적 함축미"라 표현했다. 거친 문장조차 과학적 상상력의 밀도를 보여주며, 이공계 전공자만이 쓸 수 있는 독특한 SF적 세계관을 창조했다고 평가했다.

    '감정의 땅'과 '확률적 유령의 유언' 역시 각자의 방식으로 인간 조건과 과학기술의 접점을 탐색하며, 한국 SF의 다양성과 가능성을 확장한다.

    이 작품집은 한국 SF가 더 이상 일부 작가의 실험에 머물지 않고, 젊은 세대의 과학적 상상력이 결합해 집단적 흐름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저자 박건률은 한양대 컴퓨터소프트웨어학부 재학 중이며, 언어와 수학, 철학에도 관심을 둔다. 이후영은 가천대 물리학과 재학 중으로 피아노와 SF를 좋아한다고 밝힌다. 김정수는 연세대 과학기술정책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에서 공부 중이다.

    △ 대각선 논법/ 박건률·이후영·김정수 지음/ 은행나무/ 1만 7000원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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