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14일, 독일 서부 뒤스부르크에 위치한 독일 산업 그룹 티센크루프(ThyssenKrupp)의 슈벨게른 용광로 인근 코킹 플랜트에서 증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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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외국산 철강 수입 쿼터(수출 할당)를 절반 가까이 줄이고 초과분에 대해서는 50% 이상의 고율 관세를 물리겠다고 밝혔다. 유럽연합 철강산업을 보호하겠다는 이유에서인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 보호주의 무역장벽이 확장하는 모양새다. 유럽연합이 한국산 철강 최대 수출 시장 중 하나인 만큼 한국 철강업계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7일(현지시각) 공개한 규정안에 따르면 모든 수입산 철강 제품에 대한 연간 무관세 할당량은 2024년 대비 47% 감소한 1830만톤으로 제한된다. 여기에 수입 쿼터를 초과하는 물량에 대한 세율도 기존 25%에서 50%로 인상된다. 1830만톤은 철강 과잉 생산이 시작된 시점(2013년)의 수입량을 기준으로 산출된 수치라는 게 유럽연합 쪽 설명이다. 유럽연합 회원국들과 유럽 의회의 승인이 필요한 이 조처는 수입업체에 철강 원산지 증빙 의무도 지웠다. 입법 이행 절차가 남아 있어 시행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번 조처는 유럽경제지역(EEA) 국가인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을 제외한 모든 나라를 대상으로 하며, 국가별 수입 쿼터는 이후 개별 협상을 통해 정한다는 방침이다. 유럽연합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나라들도 새로운 철강 규정안의 적용을 받는다는 뜻이다. 집행위원회는 “에프티에이(FTA) 파트너국들이 유럽연합 철강 수입의 3분의 2를 차지하며, 이들 중 일부는 글로벌 공급 과잉에도 기여하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에프티에이 체결국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다만 마로시 셰프초비치 유럽연합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회견에서 “국가별로 수입 쿼터가 다를 수 있고, 그것은 협상 결과에 달렸다”고 말했다.
유럽연합은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철강 고율 관세 정책에 대응해 2018년부터 26개 철강 등급의 수입을 제한하는 철강 세이프가드를 도입·적용해왔다. 국가별로 할당량까지는 무관세, 한도를 초과하는 경우 25% 관세가 부과됐다. 이 세이프가드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따라 내년 6월 말 만료 예정이었다. 이번 규정안은 이를 대비한 조처로, 유럽연합은 유럽 철강업계를 보호하기 위해 세이프가드가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유럽연합 철강업계는 현재 외국산 철강 수입 증가와 미국 관세로 인해 생산 능력의 67%만 가동하고 있어, 새로운 수입 쿼터는 이 수준을 80%까지 끌어올리도록 설계됐다.
이번 조처가 원안대로 시행되면 한국 철강산업도 타격이 예상된다. 미국이 이미 수입산 철강·알루미늄에 50% 관세를 부과하는 데다 유럽연합에서도 수입 쿼터가 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산업부는 8일 보도자료를 내어 “(유럽연합 규정안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철강 쿼터 총량이 기존의 세이프가드 조치보다 47% 감소하면서, 국내 철강 수출의 2위 시장인 유럽연합의 철강 수출에 상당한 영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유럽연합이 국가별 물량 배분 시 에프티에이 체결국에 대해서는 이를 고려하겠다고 명시적으로 밝힌 만큼, 유럽연합과의 양자 협의 등을 통해 우리 이익을 최대한 확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셰프초비치 유럽연합 집행위원을 만나 새로운 조처에 대해 한국 정부의 입장과 우려를 적극 개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2024년 대유럽연합 철강 최대 수출국은 튀르키예, 인도, 한국, 베트남, 중국, 대만, 우크라이나, 영국이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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