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모델 Y 보급형 모델. |
테슬라가 보급형 전기차 전략을 본격화하면서 한국 자동차 업계가 미국 시장에서 이중의 압박에 직면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가 전기 SUV ‘모델Y’와 전기 세단 ‘모델3’의 스탠더드 트림을 공개한 반면, 이미 25%의 관세 장벽을 안고 있는 한국 완성차 업계의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테슬라가 이번에 공개한 보급형 모델은 성능은 유지하되 주행거리와 일부 사양을 조정해 가격을 크게 낮춘 것이 특징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모델3 스탠더드는 약 3만 달러대 초반, 모델Y 스탠더드는 4만 달러 이하로 책정됐다. 이는 미국 내 전기차 보조금(IRA) 적용 대상에 해당돼 소비자 가격 경쟁력이 한층 강화됐다.
반면 현대차와 기아는 여전히 미국 내 생산 비중이 제한적이어서 IRA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하는 모델이 많다. 여기에 미국 정부가 유지 중인 25% 관세 부담까지 겹쳐, 보급형 테슬라의 등장으로 가격 경쟁력이 한층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이미 중국과 일본 자동차업계가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흐름과 대비된다. 중국 BYD는 현지 생산시설과 배터리 공급망을 확충해 미국 진출에 대비하고 있다. 일본 토요타와 혼다는 북미 공장에서 하이브리드 및 전기차 생산 비중을 높이며 관세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전경. 사진=현대차그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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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은 현지 생산 확대를 위해 효율적인 접근 방법에 속도를 내야 한다. 현대차는 현재 조지아주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이지만 그 전까지는 IRA 보조금 대상에서 경쟁사 대비 불리하다. 완공 시점을 앞당기거나 북미 내 협력 조립라인을 활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또한 현대차와 기아는 고급 전기 SUV 중심의 라인업을 운영 중인데 테슬라의 저가 공세에 맞서기 위해서는 중간 가격대 트림 확대가 요구된다. 일각에서는 아이오닉 3와 EV4 등 보급형 모델의 조기 출시가 대안으로 거론된다.
중국산 저가 전기차가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이 테슬라와 동일한 가격대 경쟁을 벌이는 것은 한계가 있다. 따라서 안전성, 디자인,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등 프리미엄 실용차 이미지를 강화해 소비자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의 보급형 모델 출시는 단순한 가격 경쟁이 아니라 공급망 효율성의 싸움”이라며 “현대차는 생산·유통·브랜드 가치를 모두 조정해야 하는 구조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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