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민. 사진 | 바로엔터테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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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이승록 기자] “어안이 벙벙합니다.”
용안(龍顔)은 빛났다. 곤룡포가 아닌 현대의 옷을 입고, 강남 한복판의 카페에서 만났으나, 이채민의 얼굴은 여전히 이헌이었다. 낮고 굵직하게 울리는 목소리, 총명하면서도 깊은 눈빛, 그리고 지영의 음식을 맛볼 때처럼 만면에 번지는 미소까지. tvN 드라마 ‘폭군의 셰프’ 엔딩에서 미래로 시간을 넘어온 이헌은 지금 이채민의 모습으로 이곳에 있었다.
운명처럼 찾아온 ‘폭군의 셰프’였고 이채민을 단숨에 스타 반열에 올려놓았지만, 겸손했다. “사랑과 관심을 받을 수 있어서 선물 같은 작품이었다”고 말할 때에도 들뜬 기색은 없었다.
tvN 드라마 ‘폭군의 셰프’ 스틸. 사진 | tv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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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책임감이 컸던 까닭이다. 이채민에게 이헌을 준비할 시간은 겨우 열흘 남짓이었다. 전작이던 MBC ‘바니와 오빠들’ 촬영도 채 마무리되지 않았던 시점이었다. ‘쩐의 전쟁’ ‘바람의 화원’ ‘뿌리깊은 나무’ ‘별에서 온 그대’ 등을 연출한 장태유 감독에게 선택받았다는 기쁨도, 소녀시대 윤아와 주연으로 만난다는 설렘도, 이채민이 온전히 누리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오직 이헌에게만 몰두했다. 자신을 믿고 기회를 준 이들을 배신할 수는 없었다.
tvN 드라마 ‘폭군의 셰프’ 스틸. 사진 | tv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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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이 마냥 폭군이면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시야를 넓혔죠. 로맨스도 보여야 했고, 어떤 면에서는 소년 같다고도 생각했습니다. 화를 내다가도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질 정도로요. 그 모든 것들을 종합했을 때, 이헌의 기저에는 감정에 대한 솔직함이 있다고 봤어요. 그곳에서부터 출발했습니다.”
이채민. 사진 | 바로엔터테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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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를 나눠보니, 이헌은 이채민이라 가능했다. 음식 애니메이션을 찾아 캐릭터의 과장된 표현 방식을 탐구했고, 먹방 영상을 보고 거울 앞에서 표정을 흉내냈다.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에서는 주인공의 시선까지 포착했다.
tvN 드라마 ‘폭군의 셰프’ 스틸. 사진 | tv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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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다진 기초 위에 이채민을 얹었다. 음식을 먹는 촬영에서는 표현의 정도를 미묘하게 다르게 연기해 여러 장면을 만들어냈다. 장태유 감독이 최선의 컷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제각기 다른 맛의 재료들을 하나로 모아 최상의 맛을 이끌어내는 요리처럼, 이채민의 다채로운 연기는 장 감독에게는 귀한 재료였다.
“감독님께서 이헌의 여유를 강조하셨어요. 이헌에게는 카리스마가 있어야 하는데, 그 카리스마가 여유에서 온다는 말씀이셨죠. 말하는 방식이나 행동, 눈빛에서 여유를 갖고자 노력했습니다.”
tvN 드라마 ‘폭군의 셰프’ 스틸. 사진 | tv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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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기지 않는 성장이다. ‘바니와 오빠들’ 때만 해도 지금의 이헌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이채민의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면 더더욱 그렇다. 원래 “무대공포증이 있었다”는 고백이다. 학창시절에는 남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도 힘들어서 선생님이 자신의 이름을 부를까봐 손을 덜덜 떨었다. 그런 조용했던 소년이 바뀌게 된 것은 연기를 맛보면서다.
tvN 드라마 ‘폭군의 셰프’ 스틸. 사진 | tv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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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하게 가지고 있던 배우의 꿈이었는데, ‘한번 후회 없이 도전해보자’는 마음으로 집 앞 연기학원에 등록했어요. 무작정 부딪혔죠. 학원에서도 무대공포증이 쉽게 고쳐지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즐거웠어요. 연기할 때 그 쾌감. 이루말할 수 없는 감정을 느꼈죠. ‘폭군의 셰프’ 때도 그랬어요. 에너지 소모도 많고 힘들었지만,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그 성취감과 선배들과 호흡을 맞추며 배우는 재미가 컸기 때문입니다.”
이채민. 사진 | 바로엔터테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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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보다 빛나는 것은 이채민의 인품이었다. 수직 상승 중인 인기에 마음이 사나울 법도 하지만, 도리어 ‘너 자신을 잃지 말고 겸손하라’는 선배들의 조언을 되뇌고 있다.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아들의 꿈을 늘 지지했던 부모님도 누구보다 기쁠 텐데, 혹여나 아들의 길에 부담을 남길까봐 주변에 “이채민이 내 아들”이라는 말도 일절 않는다고 한다.
tvN 드라마 ‘폭군의 셰프’ 스틸. 사진 | tv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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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처럼 순수하면서도, 두려움과 맞서는 것을 피하지 않는 강인함까지. 이채민과의 인터뷰는 살아있는 이헌과의 대화처럼 느껴졌다. “눈물이 많아서 절절한 로맨스 작품도 해보고 싶습니다”라고 바라는 말투가 이헌이었고, ‘어떤 음식을 제일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해맑게 답하는 말투는 소년 이채민이었다.
“돈가스요! 먹어도 먹어도 맛있어요. 점심에 돈가스 먹고, 저녁에 또 먹을 때도 있어요. 제 소울푸드입니다. 하하.” roku@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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