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서울 마을버스 조합·서울시 '운송서비스 개선' 합의문 체결
조합, 서명 이틀만에 "환승손실 보전없인 '환승탈퇴'" 압박
3일 자정을 5분 앞두고 합의문을 체결한 김용승 서울시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사진 오른쪽)과 김태명 서울시 교통기획관/사진=서울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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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2일 밤 11시55분. '환승제 탈퇴'를 예고했던 서울 마을버스 운송조합과 서울시가 '운송서비스 개선 합의문'에 서명했다. 마을버스 파행 운영을 우려했던 시민들로선 한시름 덜어낼만한 소식이었다. 합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줄다리기와 마라톤 협상이 5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난항을 거듭하다 3일 자정을 5분 앞두고서야 극적 합의에 다다랐다. 서울시는 '재정 지원 확대'를, 업계는 '운송서비스 개선'에 의견을 모았다.
올해 시는 보조금을 늘려 하루 1대당 재정지원 기준액(51만 457원)보다 작은 적자액을 최대 25만원(한도액)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운행률 향상과 기사채용 등이 확인되면 보조금을 증액한다. 조합은 들쑥날쑥한 운행률 준수와 벌어진 배차간격 축소에 나선다. 인가 현황과 기사채용 등의 서비스 개선 계획 제출에도 합의했다. 고질인 불투명한 회계를 바로잡겠는 내용도 합의문에 담겼다.
핵심인 환승 관련 요금 등은 연휴 이후 실무자협의에서 논의하기로 접점을 찾았다. 협의 결과는 시민들에게 공개하고 공동 이행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시민 교통 편익을 위한 성실한 협의와 이행을 명문화한 셈이다. 3일 새벽 타결 소식을 전한 언론 보도 상당수가 조합의 환승 탈퇴 '철회'를 기정사실화한 까닭이다.
그런데 지난 4일 조합은 예상밖의 입장문을 내놨다. 실무협의에서 환승 손실 보전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내년 1월1일부로 탈퇴를 강행한다는 합의 이전 입장 그대로였다. 상호 신뢰가 바탕인 실무협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결론을 미리 정해 놓고 극단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여러 조항이 담긴 합의문을 두고선 "올해 재정지원을 합의한 게 전부"라고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이틀 만에 입장이 다시 강경해진 이유는 뭘까. 조합 내부의 엇갈린 이해관계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서울에는 252개 노선에서 140개 업체가 1359대(등록대수 1631대)의 마을버스를 운행한다. 지난해 회계상 흑자업체는 100여 곳에 달했다. 매달 약 40곳은 시 재정지원 기준을 넘는 수익을 내 보조금 대상이 아니다. 반대로 적자 노선을 오가는 영세 운수사는 보조금이 가뭄의 단비다. 한 지붕 아래 있지만 상황과 처지가 천차만별이다. 이번 합의 과정에서 적자가 심한 업체에 주는 재정 지원 폭을 높인 이유다.
문제는 흑자업체에는 보조금 확대가 경영 이익과는 무관한 이슈라는 점이다. 손실 보전 등이 이뤄져야 추가 이윤이 생긴다. 환승 손실을 보전받으려면 일종의 협박 카드(환승 탈퇴)가 남아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조합이 시민을 볼모로 과욕을 부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손실 보전 등의 수혜는 승객이 많은 운송수익 상위 흑자업체들에게 구조적으로 더 많이 돌아간다. 시민들의 혈세가 흑자기업의 추가 이윤 보장에 쓰일 수 있다는 뜻이다. 서울에선 하루 84만 명의 시민이 마을버스를 이용한다. 마을버스는 '서민의 발'이자 고령층, 저소득층 등 고통약자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수단이다. 마을버스 업체는 민간기업이지만 대중교통 공공 인프라의 일원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오상헌 기자 bborir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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