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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8 (월)

    이슈 오늘의 미디어 시장

    예술로 승화한 AI… 카이스트 연구팀, '여성 문자' 모티브로 '미디어아트계 아카데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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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희 교수팀·영국왕립예술학교
    '프리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영예상
    "역사·인문·기술이 빚어낸 사색적 예술"


    한국일보

    한 관람객이 미디어아트 'AI 여서'를 관람하고 있다. 각각 AI 에이전트를 상징하는 두 개의 원형 스크린은 대화를 주고받으며 새로운 문자를 창조하는 과정을 시각화한다. 프리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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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에서 배제된 여성들이 스스로 만들었던 문자 '여서(女書)'를 인공지능으로 재구성해 예술 작품으로 구현한 국내 연구진이 국제 무대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은 이창희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연구팀이 영국왕립예술학교와 공동으로 진행한 'AI 여서' 프로젝트가 '프리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2025'에서 디지털 휴머니티 부문 영예상을 받았다고 10일 밝혔다. '미디어아트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이 상은 예술과 과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혁신적인 작품에 수여된다. 'AI 여서'는 여성 언어 유산을 디지털 기술로 되살리고 새롭게 해석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국일보

    동일한 문장을 영어, 중국어, 여서, 그리고 AI 여서로 표현한 예시. 카이스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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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서는 19세기 중국 후난성에서 여성들이 만든 비밀 문자다. 당시 한자 교육을 받지 못했던 여성들이 서로 소통하기 위해 만든 독창적 언어로, 세계에서 유일한 여성 언어다. 'AI 여서'는 두 개의 AI 에이전트가 실시간으로 대화를 주고받으며 언어를 창조하는 과정을 시각화했다. 이를 통해 가부장적 질서와 서구 중심의 언어관을 넘어서는 새로운 언어적 실험을 시도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주변 환경을 인식해 시를 짓는 것도 가능하다. 두 AI 에이전트는 원형 스크린 뒤에 부착된 카메라를 통해 주변 환경을 관찰하고 인식된 이미지를 문장으로 바꾼다. 이 문장은 영어로 생성된 뒤 중국어로 번역되며, 여서 문헌에서 추출한 문장들과 비교해 유사도가 높은 문장으로 다시 가공된다. 이를 바탕으로 챗GPT가 시를 짓는다. 결과물은 영어 번역과 함께 스크린에 나타나 관객들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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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여서를 개발한 연구팀. 위 치엔 순(왼쪽) 박사, 이창희(가운데)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알리 아사디푸어(오른쪽) 영국왕립예술학교 CSRC 센터장. 카이스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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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진은 AI를 통해 여성 언어 유산을 계승했다는 점에서 이 프로젝트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여서가 가부장적 언어 체계에 도전하며 여성들의 연대를 이끌어냈던 것처럼, AI 역시 협업을 통해 '인간만이 언어를 만들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렸다는 것이다. 이창희 교수는 "역사, 인문, 기술이 만나 빚어낸 사색적 예술이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상으로 이어져 뜻깊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태연 기자 ty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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