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오는 14일 취임 5주년을 맞는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을 글로벌 '빅3' 완성차그룹으로 성장시키고, 기존 완성차 업계 후발주자였던 그룹을 전동화 등 미래 모빌리티 트렌드에서 앞서나가게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맞닥뜨린 고율 관세와 중국 신규업체들과의 경쟁은 그가 앞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1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0년 10월 14일 현대차와 기아(당시 기아차), 현대모비스는 임시 이사회를 열고 정의선 신임 회장 선임건을 보고했고, 각 사 이사회는 모두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이에 따라 정 회장은 2018년 9월 그룹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지 2년 1개월 만에 명실상부한 그룹 수장이 됐다. 아버지인 정몽구 당시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

정 회장 휘하 아래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판매 확대, 친환경 기술 선도 등의 성과를 거뒀다.

올해 창간 100주년을 맞은 미국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티브뉴스는 지난 8월 정 회장과 더불어 할아버지인 정주영 창업 회장과 아버지인 정몽구 명예회장 등 현대차그룹 3대(代) 경영진을 자동차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인물로 선정했다.

특히 이 매체는 정 회장 리더십과 관련, "글로벌 감각과 유연한 사고로 수직적 기업 문화를 탈피해 자유롭고 창의적인 조직 문화를 도입했고, 글로벌 인재를 적극 영입하고 외국인 CEO를 임명하는 등 파격적인 인사 정책을 펼치고, 제네시스 브랜드 출시와 상품 혁신을 주도했다"고 평가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러한 정 회장의 리더십 아래 현대차그룹의 위상은 빠르게 높아졌다.

현대차그룹은 2022년 처음 글로벌 판매 3위에 오른 이후 '톱3'을 유지하고 있고, 관세 리스크에도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기준 글로벌 2위를 기록했다.

또 현대차그룹은 올해 미국, 영국, 독일 등 주요 자동차 시장에서 25개 이상의 글로벌 어워드를 수상했다.

차량 안전성, 친환경차, 고성능차, 디자인, 브랜드 경쟁력 등에서 모두 최고 수준 평가를 받은 것이다. 2000년대 초반 현대차그룹이 '바퀴 달린 냉장고와 세탁기'를 생산한다는 조롱까지 받았던 것을 고려하면 큰 위상 변화라고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정 회장은 자동차에 머무르지 않고 전동화,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수소, 로봇, 미래항공교통(AAM)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아울러 고려대학교에 '정몽구 미래의학관'을 개관해 국내 첫 민간 주도 전 주기 백신 개발 거점을 마련하는 등 사회공헌에도 앞장서고 있다.

다만 정 회장 앞에 놓인 과제도 만만치 않다.

올해 4월부터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부과된 25%의 자동차 관세가 가장 큰 난관이다.

자동차 부문 한국의 최대 경쟁국인 일본과 유럽은 15%까지 관세 인하에 성공하면서 현대차그룹이 올 3분기 그룹이 부담해야 할 관세 비용은 2조5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정 회장이 이를 어떻게 극복할지도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빠른 전동화 전환에도 불구하고 본토를 중심으로 세를 불린 중국 신규업체들과 전기차, 자율주행 등의 분야에서 경쟁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부담이다.

이에 정 회장은 올해 초 열린 신년회에서 현재의 위기를 '퍼펙트 스톰'에 비유하며 "우리는 항상 위기를 겪어왔고, 훌륭하게 그 위기들을 극복했고, 위기 이후에 오히려 더 강해졌다"며 "그 어느 때보다 이순신 장군과 같은 리더십이 절실하다"고 밝힌 바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정 회장은 글로벌 완성차업계 격변기에 후발그룹이었던 현대차그룹을 선두그룹으로 성장시킨 주역임은 확실하다"며 "다만 현대차그룹 앞에 헤쳐나가야 할 과제가 그 어느때보다 산적한 만큼 정 회장의 리더십도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올랐다"고 말했다.

vivid@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