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매체 "中 희토류 통제는 트럼프 협상방식 예측한 선제조치" 분석
"희토류 통제, 장기적으론 중국 스스로에 타격 줄 수 있어" 지적도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서울=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와 미국의 100% 관세 부과 예고로 미·중 무역전쟁이 재점화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중국 관영매체가 '미국 책임론'을 부각했다.
이달 말 양국 정상이 만날 가능성이 열려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허풍과 협박'에 기댄 협상 스타일을 예측한 중국이 희토류 통제라는 선제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홍콩매체는 분석했다.
13일 중국 관영 영문매체인 글로벌타임스는 '약속을 지켜야 중미 경제·무역 관계가 안정화될 수 있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현재 중미 무역이 직면한 어려움은 전적으로 미국 측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이 매체는 "2025년 중미의 경제·무역 관계는 우여곡절의 여정을 겪으며 협력하면 양국이 모두 이익을 보고 대립하면 모두 손해를 본다는 것이 철칙임을 증명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발전을 압박하거나 봉쇄하려는 시도는 모두 실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현재 중미 경제·무역 관계는 다시 기로에 서 있다"면서 "한쪽에는 입장이 확고하고 레드라인(한계선)이 분명하며 국제 무역질서의 안정에 초점을 둔 중국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효과적인 정책 수단이 부족하며 이중잣대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미국이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강화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100% 추가 관세를 내달 1일부터 부과하겠다고 맞대응했다.
지난 4월 서로 100% 넘는 초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관세 전쟁'을 벌이던 양국은 이후 고위급 협상을 이어오며 소강상태를 맞았다가 무역 갈등이 다시 본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일련의 조치 이후 시장이 충격을 받은 모습에 양국 모두 다소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며 오는 10월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에 이뤄질 양국 정상 간 만남을 앞두고 여지를 남긴 상태다.
홍콩 성도일보는 이날 '중미 무역전쟁은 멈춘 적이 없고, 과학기술과 금융전쟁이 이어서 막을 올렸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허풍과 협박을 통해 자신의 협상 지렛대를 늘리는 수법을 써왔고, 이에 중국이 선제적으로 희토류 통제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트럼프는 취임 후에 24시간 이내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큰소리쳤지만, 실제로는 그가 당선된 지 거의 1년이 됐음에도 양국은 여전히 교전을 이어가고 있다"라면서 "트럼프의 말은 전부 허풍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러시아조차 굴복시키지 못했는데, 정치·경제적으로 더 강한 중국은 어떻게 굴복시킬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전쟁은 실력을 겨루는 일이며, 군사전이든 무역전이든 그것은 마찬가지"라고 짚었다.
성도일보는 "중국은 트럼프가 낡고 오래된 압박 전술을 쓸 것을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강경한 조치를 취했다"라면서 "트럼프가 관세를 100% 다시 올리겠다고 위협한 것 또한 그러한 압박 전술"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 총편집인을 지낸 관변논객 후시진도 "중국은 자신감이 더 충만해졌고 트럼프의 손에는 새로운 패가 없다"라고 의견을 냈다.
그는 전날 웨이보(微博·중국판 엑스)를 통해 "중국과의 무역전쟁 격화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상대로 쓸 묘수가 더 없다는 것을 드러냈을 뿐"이라면서 "이미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난 관세를 다시 끄집어내 봤으나 이는 각계각층의 원성과 불만을 야기할 뿐"이라고 했다.
다만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는 당장은 미국과의 대결 구도에서 주효한 카드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 관점에서는 중국 스스로에도 불리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리밍장 싱가포르 난양이공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는 싱가포르의 중국어 매체인 연합조보에 "미국과 동맹국들은 향후 몇 년간 비용을 따지지 않고 희토류 제조와 공급망 구축에 총력을 기울여 중국에 꼼짝 못하고 있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장기적으로 보면 이번 조치는 중국의 희토류 산업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라면서 "향후 국제시장에서의 점유율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su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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